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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우의 퍼스펙티브] 여권발 합당 다이내믹스의 달라진 점과 달라져야 할 점

중앙일보

2026.02.23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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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간 합당 논의가 여권의 심각한 내홍만을 드러내며 끝이 났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일방적 추진이었다는 절차적 문제와 6·3 지방선거 이전에 성사시키려 했다는 시점의 문제가 모두 논란을 키웠다.

기존 공식과 달라진 여권발 합당
과거 한국의 여권발 합당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었다. 첫째, 여소야대에 처한 대통령이 여대야소로의 전환 등 유리한 의회 지형을 구축하기 위해 시도했다. 노태우 대통령 시기 민주정의당과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간 '3당 합당'(1990), 김대중 대통령 시기 새정치국민회의와 국민신당 간 합당(1998)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 소수당 지도자는 통합 여당의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합당에 적극 응했다. 특히 개인적 경쟁력은 우수하나 당세가 약할 때 결단이 이뤄졌다. '3당 합당' 때는 김영삼 총재가, 1998년 합당 때는 이인제 고문이 통합 여당의 대선 후보 자리를 노리며 합당에 임했다. 주지하듯 전자는 결국 대선 후보가 되었지만, 후자는 실패한 후 탈당했다.

셋째, 각 당 지도자의 당에 대한 장악력이 막강하던 때라 내부 반발을 효과적으로 극복하며 합당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밀실 합의도 난무했다. 특히 지역주의가 굳어진 이후론 각 당별로 국회의원 등 주요 구성원의 기반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던 덕분에 지도부 구성, 공천 배분 등 합당에 따른 지분 조율이 비교적 수월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 빈소에서 상주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총리 등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번 여권발 합당 다이내믹스는 과거와 몇 가지 점에서 달랐다. 우선 이재명 대통령이 원하지 않았다. 여당 의석이 이미 절반을 훌쩍 넘기고 있는 데다 합당을 한다고 개헌 정족수를 채우는 것도 아니므로 절실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합당으로 인해 여당을 향한 자신의 영향력이 축소되거나 중도 표심이 이탈할 것에 대한 우려가 더 컸을 것이다. 향후 이 대통령은 여권의 외연 확대로 인한 정치적 이득이 극대화되는 시점에, 본인한테 좀 더 협조적인 당 지도부가 주도하는 합당을 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으로 혁신당 쪽을 보면, 조국 대표가 당장 차기 대선을 바라보며 합당을 추진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당세에 비해 그의 개인적 인지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나, 대선보다는 당장의 정치적 생존이 더 시급해 보이기 때문이다. 비록 무위에 그쳤지만, 지방선거를 기회로 삼아 통합여당 안에서 자신의 세력과 지분을 키우는 게 당면 목표였을 것이다.

과거와 달라진 가장 중요한 점은 합당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비록 대통령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변수가 있었지만, 정치 과정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거대 규모의 당원 등 이해관계자가 대폭 늘어난 영향이 크다. 몇몇 지도자들만의 밀실 합의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물론 지방선거를 앞둔 합당의 시점도 불리했다. 자신의 지역구를 혁신당 측에 내줘야 할지도 모를 민주당 소속 예비후보들과 이들의 불안을 외면할 수 없는 국회의원 또는 지역위원장들이 쉽게 찬성할 리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두 당은 모두 호남을 핵심 지역 기반으로 삼고 있어 공천을 둘러싼 조율이 과거 합당 사례들에 비해 훨씬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논의 중인 선거연대 또한 쉽게 체결되진 못할 것이다.
대통령이 선호하지 않았던 합당
몇몇 지도자의 밀실 합의 불가능
호남 기반이라 선거연대도 어려워
숙의 통해 정책 경쟁의 장 열어가길
합당의 부정적 예후들
한편, 이번 여권발 합당 논의 역시 단지 여권의 내부 권력투쟁 차원에서만 해석되고 소비될 뿐 중요한 성찰은 부재한 듯해 우려된다. 지방선거 이후 어느 시점에는 다시 논의될텐데, 정치공학적 사고에만 매몰된 합당의 담론들 속에선 한국 민주주의와 관련해 제대로 된 고민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양당 간 합당은 다당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어렵게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점이 지적돼야 한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이미 그 빛이 바랬지만, 그나마 혁신당의 선전은 이 선거제도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단 하나의 사례였다. 특정 정책아젠다 및 고정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군소정당들의 원내 진입 기회를 차츰 넓힐 수 있는 제도적 틀로서의 가능성을 부분적으로나마 예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당의 합당은 기득권 양당제의 타파와 다당제로의 전환을 통한 정치적 대표성(비례성)의 증진이란 선거제 개혁의 근본적인 목표를 또 한 번 좌절시킬 수 있다.

또한 합당은, 대선 후보급 인사들의 정치공학적 계산에 따라 이루어질 경우 향후 더 격렬한 당내 갈등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달라진 합당의 문법 속에서도 이 위험성은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총선 때 공천을 얼마나 확보하느냐, 종국에는 대선 때 후보직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특정 계파의 이탈 등 다시금 분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영삼에 패한 민정당계가 그랬고, 노무현에 패한 이인제가 그랬다.

김주원 기자
긍정적 합당 위해 달라져야 할 점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합당은 당내 민주주의란 측면에서 긍정적 가능성도 내포한다. 당내 목소리가 다원화될수록 특정 계파의 패권이 희석되고, 지지자들의 다채로운 정책적 요구들에 더 잘 반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즉 합당은 다양한 구성원들이 진보적·개혁적 노선을 공유하는 가운데 세부적인 정책 등을 놓고 생산적인 경쟁을 불러일으킬 장을 여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숙의의 문화가 필수적이다. 이야말로 향후 합당 다이내믹스에서 반드시 달라져야 할 점이다. 마침 정 대표 주도 하에 당원의 권한까지 대폭 확대된 만큼, 민주당으로선 숙의의 배양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권한이 큰 대규모의 당원들이 숙의하지 않은 채 수동적인 존재에 머무르면, 투쟁 지향적인 당내 강경파한테 힘이 쏠리는 추세만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양당 간 합당은 지방선거 이후에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후 합당이 다시 논의된다면, 위로는 당 지도부 및 국회의원들에서부터 아래로는 당원들에 이르기까지 숙의를 학습해나갈 수 있는 기회로 선용되어야 한다. 숙의만이 합당 이후 벌어질지 모를 참혹한 당내 권력 투쟁을 생산적인 정책 경쟁으로 바꿀 수 있다.

이선우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선우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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