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우크라 대출 지원·대러 추가 제재, 헝가리 '딴지'에 차질
우크라전 4주년 맞아 키이우행 EU 수뇌부, '빈손' 방문할 듯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4주년을 앞두고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려던 900억 유로(약 154조원) 규모의 대출 지원과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안이 헝가리의 '어깃장'에 발목을 잡혔다.
EU는 23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회원국 외무장관들이 모여 전쟁통에 돈줄이 마른 우크라이나의 재정 필요를 충당하기 위한 900억 유로의 긴급 대출금 지원, 러시아 원유 수출을 뒷받침하는 해상 서비스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이 포함된 제20차 러시아 제재안을 통과시키려 했다.
하지만, EU의 이런 계획은 친러시아 성향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의 딴지에 가로막혔다.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공급받고 있는 헝가리는 지난달 말부터 우크라이나가 송유관을 가동하지 않아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중단됐다고 주장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어떠한 계획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습으로 송유관이 파손돼 가동을 중단했다고 설명했지만, 그동안 해당 송유관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공급받던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우크라이나가 정치적 목적으로 공급 재개를 지연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날 EU 외무장관 회의를 주재한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헝가리의 거부권 행사로 제20차 러시아 제재안이 만장일치의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칼라스 대표는 "이것은 우리가 오늘 발신하길 원치 않았던 후퇴이자 메시지"라면서 "하지만 그 일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오르반 총리에게 별도 서한을 보내 우크라이나에 900억 유로 대출을 제공하기로 한 작년 EU 정상회의의 합의를 존중하라고 촉구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EU 정상들은 작년 12월 우크라이나에 2년간 900억 유로를 무이자 대출하기로 합의했는데 당시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등 3개국은 대출금 이자 비용이나 상환 책임을 지지 않기로 하고 해당 결의에 반대하지 않았다.
당시 합의된 대출이 우크라이나에 실제 집행되려면 27개 EU 회원국 전체의 동의가 필요하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 20일 "우크라이나가 드루즈바 송유관을 막는다면, 헝가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900억 유로 대출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전 발발 4주년에 맞춰 키이우를 찾는 코스타 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헝가리의 어깃장에 따라 결국 '빈손'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관측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코스타 의장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24일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가들의 모임인 '의지의 연합' 회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현윤경
저작권자(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