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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페라리 대고 1000억 요구…경호처 간부도 낀 노량진 재개발

중앙일보

2026.02.23 12:00 2026.02.2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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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노들역세권 공동주택 개발사업 부지에 있는 한 빌라의 모습. 김정재 기자

서울 동작구 노들역세권 공동주택 개발 사업이 재산보호연대(재보연) 소속 회원들의 집단 가등기 설정으로 인해 약 10년째 표류 중인 가운데, 대통령경호처 간부 A씨도 가등기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호처 부이사관(3급)인 A씨는 정부조직법 및 공수처법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로 분류된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동작경찰서는 지난해 10월 10일 A씨를 소송 사기미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 앞서 개발 사업 시행사는 집단 가등기를 설정한 재보연 회원들을 대상으로 서울중앙지법에 가등기 말소 소송 6건을 제기했고, 지난해 4~12월 사이 모두 승소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A씨가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등의 행위로 법원을 기망하려 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부지 내에 위치한 빌라에 가등기권리자로 이름을 올린 이는 A씨가 아닌 A씨의 아내였지만, 경찰은 A씨도 이에 가담했다고 봤다. 앞서 시행사는 A씨의 아내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고위공직자인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후 A씨의 아내는 지난해 4월 17일 가등기 말소 소송에서 패소했다. 결국 A씨 부부는 시행사와 합의해 가등기를 말소했다. 이후 시행사는 합의대로 고소를 취하했지만, 사기죄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A씨는 결국 검찰에 넘겨졌다.

이와 관련 A씨는 통화에서 “아내가 패소했지만, 경찰은 부부간의 공모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경찰이 송치했다는 사실만으로 죄가 있다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동작서로부터 송치 결정문을 받았지만 자세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며 “조만간 검찰이 불러준다면 다시 가서 소명을 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의 집단 가등기 사건의 시작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당 개발 사업은 과거 노량진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조합장의 자금 횡령으로 조합이 부도가 났다. 결국 토지소유권 등 사업 권한은 2012년에 다른 시행사로 넘어갔다. 이후 시행사는 부지 99% 이상을 확보했지만,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민간 시행사가 착공에 들어가려면 주택법(제22조)에 따라 부지의 100%를 소유해야 하는데, 재보연 회원들이 2013년부터 부지 내 빌라의 2개 호실에 가등기를 중복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재보연은 과거 노량진 지역주택조합 소속 조합원 일부가 만든 단체다. 이들은 “우리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1인당 약 9억원의 보상이나, 20억원 안팎의 아파트 1채씩을 요구하고 있다. 빌라에는 포르쉐·페라리 등 이른바 ‘수퍼카’로 불리는 차들이 건물 입구를 가로막고 있고, 차량 옆엔 사람이 머무는 텐트도 자리 잡고 있다. 재보연 관계자는 통화에서 “조합원이 십시일반 모은 약 1400억원의 자금이 부도가 나서 고스란히 빼앗겼으니 당초 시공사였던 대우건설이 1000억원을 보상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노들역세권 공동주택 개발사업 부지에 있는 한 빌라에 주차된 차량의 모습. 김정재 기자

한편 재보연에는 고위공직자인 A씨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출신의 B씨와 서울 관악구 소재 중학교 교사인 C씨도 소속된 것으로 파악됐다. B·C씨는 각각 지난해 9월 11일·4일에 가등기 말소 소송에서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들은 협상에서 과도한 이익을 얻으려는 속내를 비추기도 했다”며 “가등기 등 이들의 매매 예약은 사회 질서에 반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다만 현재 재보연 측이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양측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피해는 예비 입주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강민채 경남대학교 법학박사는 “부동산 알박기는 결국 사업을 지연시키고, 분양 원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원한 한 공인중개사는 “사업 지연으로 발생한 금융 손실을 둘러싸고 개별 가등기권자들에게 책임이 전가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정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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