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나토군도 전멸"…1차대전보다 끔찍한 '드론 지옥', 남일 아니다 [Focus 인사이드]

중앙일보

2026.02.23 12:00 2026.02.23 12:2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만 4년을 넘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보다 더 치열한 소모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 CSIS BRIEFS』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모전 양상을 다양한 지표를 활용해 제시했다. 놀라운 사실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치열했던 솜(Somme) 전투보다 더 치열한 소모전이 우크라이나의 동·남부 전선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1916년 7월 1일~11월 18일 프랑스 솜강 일대에서 영국군 주도의 대공세가 펼쳐졌다. 솜 전투로 양측에서 최대 사상자가 각각 60만명이 나왔다. 연합군은 5개월 가까운 전투에서 10㎞도 전진하지 못했다.

최근 치러진 주요 전투에서 러시아군의 일일 평균 진격 거리는 솜 전투보다 짧았다. 러시아군은 2024년 2월~2026년 1월 포크롭스크(Pokrovsk) 전투에서 총 50㎞를 진격했고, 이를 일일 평균으로 환산하면 70m를 진격했다. 2024년 2월~2026년 1월 차시우 야르(Chasiv Yar) 전투에서는 총 10㎞를 진격했고, 일일 평균 15m였다. 그리고 2024년 11월~2026년 1월 쿠피안스크(Kupiansk) 전투에서는 총 9.5㎞를 진격했고, 일일 평균 23m였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가장 치열했던 솜 전투의 일일 평균 진격 거리가 80m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더 치열한 소모전이 전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제65 기게화보병여단 장병이 자포리자 지역에서 행군하고 있다. AFP=연합

전쟁이 소모전에 이르게 된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주요 요인으로 러시아의 전략적 오판, 우크라이나 국민의 강한 저항 의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군사 지원, 러시아군의 열악한 보급·훈련 수준,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투명한 전투공간과 빨라진 작전 템포 등이 상호 작용하며 오늘날의 소모전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실제 전장에서 나타나는 소모전 양상의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원인은 대규모 탐지 센서로 인해 전장이 ‘숨을 곳 없는’ 투명한 전투공간으로 변모했고, ‘탐지 → 결심 → 타격’에 이르는 킬체인의 템포가 비약적으로 빨라졌기 때문이다.



투명한 전투공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투공간을 투명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드론이다. 전선 지역 상공에서 대규모로 운용되는 드론은 전장의 거의 모든 움직임을 즉시 포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대규모 드론을 방어지역 전방 상공에 지속해서 체공시켜 10~20㎞의 “살상 구역(Kill Zone)”을 형성함으로써 러시아군의 공격을 격퇴하고 있다. 방어지역 전방 상공에서 포화상태로 운용되는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은 러시아군의 작은 움직임도 즉각 포착할 수 있고, 포착된 표적은 화력으로 타격하여 격멸한다.

러시아군 장병이 드론을 날리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드론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전투공간은 더욱 투명해지고 있다. 초기 드론은 주로 광학장비를 탑재해 영상으로 적의 움직임을 탐지했다. 하지만 진화를 거듭하면서 열영상장비·전자전장비 등도 탑재할 수 있게 돼 지금은 열영상과 전자 신호도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전장에서 운용되는 광학·열영상·전자·음향 등의 탐지 센서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인공지능(AI)의 도움으로 실시간 정보 융합이 가능해짐에 따라 전투공간은 점점 더 투명해지고 있다.



빨라진 킬체인 템포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킬체인의 템포(tempo)도 빨라지고 있다. 템포는 작전 수행의 속도와 리듬을 말하며, 적보다 빠른 템포로 전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킬체인의 템포가 빨라진 원인은 자폭 드론 등 공격 드론의 등장으로 탐지와 동시에 타격할 수 있게 됐고, 다수의 탐지 센서와 타격 자산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표적의 특성에 맞게 최적의 수단을 선택하여 빠르게 교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헤지호그 2025에서 훈련 중인 에스토니아 육군 장병. 에스토니아 국방부

다양한 타격 수단을 탑재한 공격 드론이 등장하면서 킬체인 소요 시간은 수십 분에서 수초로 단축되었다. 초기 드론은 주로 정찰·탐지 목적으로 운용됐지만, 드론에 다양한 타격 수단이 장착되면서 탐지와 동시에 타격할 수 있게 돼 킬체인의 템포가 빨라진 것이다. 기존에는 탐지 자산이 표적을 식별하고 포병이나 공군이 표적을 타격하기까지 20분 정도 소요됐지만, 공격 드론의 등장으로 수초단위로 단축됐다.

드론의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상자의 70% 이상이 드론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이는 기존 무기체계인 전차·장갑차·포병·박격포·소화기 등에 의한 사상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것으로, 탐지와 동시에 타격이 가능한 드론의 특성 때문이다. 전장에서는 드론을 “하늘에 체공하는 수천 명의 저격수(A thousand snipers in the sky)”로 비유하고 있다. 이는 얼마나 많은 드론이 전장에서 운용되고 있고, 드론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우버 포병(Uber for Artillery)’로 불리는 ‘아르타(GIS Arta)’도 킬체인 템포를 가속하고 있다. 아르타는 우버가 고객에게 택시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지상부대가 화력을 요청하거나 정찰 자산이 표적을 식별하면, 고객과 가장 가까이 있는 최적의 택시를 고객에게 연결하는 우버처럼, 표적과 가장 가까이 있거나 표적 제압에 가장 효과적인 포병을 선택해 사격을 명령한다. 아르타가 이러한 과정을 거쳐 표적을 처리하는 데는 30초~2분이 소요돼 신속하고 정확한 타격이 가능하다.

이처럼 투명한 전투공간과 빨라진 킬체인 템포가 전쟁의 양상을 소모전으로 이끌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향후에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유는 공격 드론의 진화적인 발전과 더불어 탐지·타격 네트워크에 AI가 접목되면서 ‘타격’이 ‘방호’보다 훨씬 쉬워졌기 때문이다. 탐지 및 타격을 방해할 수 있는 전자 방해책·위장술 등이 개발되고 있지만, 속도가 느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따라서 소모전 우위의 전쟁 양상은 신뢰할 수 있는 방호체계가 구축될 때까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버 포병'이라 불리는 우크라이나의 아르타 화면. 페이스북

문제는 이러한 전장의 변화에 준비가 되어있는가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작년 5월 에스토니아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헤지호그 2025(Hedgehog 2025)’로 명명된 훈련에는 12개 NATO 국가에서 1만 6000명이 참가했다. 이때 도출된 교훈은 “많은 NATO 국가가 여전히 현대 전장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하다”라는 것이었다. NATO 국가들은 드론으로 인해 투명해진 전투공간과 비약적으로 빨라진 킬체인 템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훈련에 참가해 심각한 전술적 결함과 취약성을 드러냈다. 소홀한 방호대책으로 아군의 활동은 적 드론에 의해 쉽게 탐지됐고, 탐지와 동시에 이루어진 타격으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면서 기동전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

NATO 국가들이 이럴진대 전훈분석반도 보내지 못한 우리는 어떨까? 걱정이 앞선다.



정연봉([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