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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서 서울로 온 英대사의 경고 "러·북 군사협력, 한국에도 위협"

중앙일보

2026.02.23 12:00 2026.02.2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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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재 경험이 있는 콜린 크룩스(57) 주한영국대사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뤄진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러 군사 협력은 한반도 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다.

크룩스 대사는 러·우 전쟁 4년(24일)을 맞아 지난 20일 서울 영국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법적이고 전면적인 침공을 시작한 지 4년이 지났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저 역시 4년 전 2월 한국에 부임했고, 몇 주 뒤 침공이 시작됐다. 그 이후 지금까지 대사관 앞에는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려 있다”며 개인적 소회도 덧붙였다.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영국대사관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영국은 개전 이후 미국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재정 지원을 주도해 온 핵심 국가이자, 러시아에 대한 강경 제재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해 온 유럽 안보의 중심축이다. 특히 크룩스 대사는 2018년~2021년 북한 주재 영국 대사로 평양에서 근무하며 한반도 정세를 직접 다뤘고, 북·러 관계와 북핵·미사일 문제 등 유럽 안보와 동북아 안보가 맞물리는 지점을 현장에서 경험했다. 이후 공교롭게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 2월, 주한영국대사로 부임했다.

그는 이번 전쟁을 “민주적이고 주권적인 국가에 대한 불법적이며 정당화될 수 없는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러시아가 지금도 도시와 주택, 병원, 에너지 시설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이어가는 데 대해 “무고한 시민을 공포에 떨게 하고 살상하는 행위”라고도 비판했다.

4년간 이어진 전쟁의 의미를 묻는 말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실패를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는 며칠 안에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킬 것이라 생각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침략은 결코 보상받아서는 안 되며, 이번 4년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회복력과 단결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밤(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의 한 개인 주택이 러시아의 공습을 받은 뒤, 구조대원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수색·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크룩스 대사는 특히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와 병력을 제공하고, 이는 유럽에서 민간인을 공격하는 전쟁에 사용되고 있다”며 “북한은 그 대가로 자금과 에너지, 정치적 지원을 받고 있으며 기술 이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전투 경험을 축적하는 것은 한국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러시아는 북한을 도와 한국을 위협하는 구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북한 제재를 지지했던 국가였던 러시아가 지금은 한국을 향하도록 설계된 공격적 군사 역량을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9월 3일 김정은(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의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뉴스1
22일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건물 외벽에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주한러시아대사관은 이 현수막을 내건 뒤, 우리 정부의 우려 전달에도 이를 철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최근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대사가 한국 언론인들 앞에서 ‘러시아가 승리하면 전쟁은 끝난다’, ‘북한군의 위대함을 잊지 않겠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크룩스 대사는 “우리는 전쟁이 끝나기를 원하지만, 평화는 정의롭고 지속 가능하며 국제법에 기반을 둬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의 주권은 존중돼야 하고 국경은 무력으로 변경돼선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침략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의 위협이 우크라이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는 유럽 전역에서 사이버 공격과 허위정보 공작, 민주주의 절차에 대한 개입을 시도해왔다”며 “이는 유럽 전체의 안보를 약화하려는 하이브리드 전쟁”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대서양 안보와 인도-태평양 안보를 한국어로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표현하며 “유럽의 불안정은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성 베드로와 바울 교회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가족과 지인들이 전사한 우크라이나 군인 올렉산드르 크라시코프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런 인식 속에서 영국의 지속적인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도 재확인했다. 영국은 2030년까지 매년 30억 파운드(약 5조 8615억 원)의 군사 지원을 약속했으며, 올해에만 45억 파운드(약 8조 7922억 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방공 체계와 미사일 지원은 물론,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괴된 에너지 시설 복구 지원도 포함된다.

영국이 회원국으로 있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해서는 “유럽 안보의 중심축”이라고 평가했다. 나토는 전투 병력을 파견할 계획은 없지만 훈련과 장비 지원을 지속할 것이며, ‘의지의 연합’을 통한 장기적 안보 보장도 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재와 관련해서는 2900여 개인과 기관을 제재했고, 러시아의 그림자 함대(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석유를 계속 운송하는 유조선 선단)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사일과 드론 공습으로 주요 민간 인프라가 타격을 받아 정전이 발생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주민들이 정부가 운영하는 인도적 지원 거점의 텐트 주변에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크룩스 대사는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영국은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한국과 함께하고 있으며, 북한의 불법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맞서 국제법을 수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과 한국의 관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크룩스 대사는 “영국은 한국의 친구”라며 “한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번영을 이뤄냈듯, 우크라이나 역시 자유를 지키고 국가를 재건할 기회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영국대사관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한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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