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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웃] 미국 연방대법원

연합뉴스

2026.02.2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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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웃] 미국 연방대법원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은 권력의 경계선을 정하는 심판자 역할을 한다. 대법원장 1명과 대법관 8명으로 구성된 '9인 체제'다.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인준하는 방식으로 임명된다. 임기는 종신제다. 종신제가 연방대법원의 독립성을 지탱한다. 정권이 바뀌고 여론이 출렁거려도 판사는 흔들리지 않는다. 적어도 이론상으론 권력과 거리를 둘 수 있다. 워싱턴 정가에선 대통령 선거보다 대법관 임명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통용된다.

연방대법원의 위상은 판례를 통해 축적돼왔다. 1803년 '마버리 대 매디슨(Marbury v. Madison)' 판결로 사법 심사권을 쟁취하며 입법·행정을 견제하는 헌법 수호자의 자리를 확고히 했다. 한국전쟁 당시 트루먼 대통령이 파업을 막겠다며 제철소를 접수하려 하자 법원이 이를 막아선 '영스타운(Youngstown)' 판결은 대통령의 전시 권한에도 한계가 있음을 선언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닉슨 대통령에게 증거 제출을 명령한 '미국 대 닉슨(United States v. Nixon)' 판결은 "대통령도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을 각인시켰다. 이 판결들은 권력분립의 교과서로 지금도 인용된다.

이런 맥락에서 연방대법원이 지난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을 위법으로 판시한 것은 상징성을 지닌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전방위적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의회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행정권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연방대법원은 현재 보수 성향 6명, 진보 성향 3명으로 구성된 보수 우위 체제다. 그런데도 6대3 다수 의견은 대통령의 통상 권한이 헌법적 한계를 넘어섰다는 쪽으로 모였다. 대통령의 권한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유효하다는 메시지가 재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늘 정의를 향한 것은 아니다. 시대와 구성에 따라 판결의 방향이 달라지고, 이념 논쟁이 되풀이되곤 했다. 낙태권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은 반세기 뒤인 2022년 뒤집혔다. 대학 입시에서 인종을 고려한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을 제한한 2023년 판결도 사회적 논쟁을 증폭시켰다. 실제로 미국 사회에선 보수 6대3 구도가 사법부의 정치화를 심화시켰다는 비판과 헌법 해석이 다를 뿐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선다.

한국 사법부의 독립성도 지금 시험대 위에 있다. 집권 여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은 야당의 반발 속에 분열의 뇌관이 되고 있다. 법원 인사구조와 재판제도 개편을 둘러싼 논쟁은 권력 분립의 균형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사법부 권위는 절차적 정당성과 독립성에서 비롯된다. 정치적 압력과 여론의 파고 속에서도 헌법의 원칙을 지켜내야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법원이 정치화하거나 권력을 견제하지 못하면 민주주의는 위태로워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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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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