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중국 쇼트트랙이 밀라노 빙판 위에서 사상 최악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는 자평까지 나왔다. 한국에서 귀화한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 역시 메달 없이 대회를 마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중국 '소후닷컴'은 23일(한국시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성적을 결산하며 "차가울 정도로 참담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에서 중국은 금메달 없이 남자 1000m 은메달 1개에 그쳤다. 1998년 나가노 대회 이후 가장 초라한 성적이라는 분석까지 덧붙였다.
관심은 린샤오쥔에게 쏠렸다. 그는 한때 임효준이라는 이름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2018 평창 올림픽 남자 1500m 금메달을 따낸 스타였다. 2019년 훈련 도중 벌어진 사건 이후 징계를 받으면서 2020년 중국으로 귀화를 택했고, 2021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미 국적은 바뀐 뒤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따라 3년 유예 기간을 거쳐 이번 밀라노 대회가 중국 대표로 나선 첫 올림픽이었다.
린샤오쥔은 남자 500m·1000m·1500m 개인전과 계주 등 총 5개 종목에 출전했으나 결승 무대를 밟지 못했다. 혼성 계주에서는 팀이 메달을 따냈다면 규정상 함께 시상대에 설 수도 있었지만, 레이스 막판 실수로 기회가 무산됐다. 마지막 남자 5000m 계주 역시 파이널B에 머물며 대회를 노메달로 마무리했다.
중국 '넷이즈'는 린샤오쥔이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믹스트존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공영방송 CCTV 인터뷰에서도 연이어 사과를 전하며 고개를 숙였다는 후문이다. 매체는 "평창 금메달리스트였던 그에게 기대가 컸지만 이번에는 메달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부진의 원인을 두고 중국 내부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일부 매체는 린샤오쥔의 과거 사건과 대표팀 공백기를 언급하며 한국을 향한 억지 주장까지 내놓았다. 한국 측이 예외 규정 적용을 허용하지 않아 전성기를 놓쳤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빅토르 안(안현수)의 경우 국가대표 선발 탈락 기간이 길어 규정상 문제가 없었던 사례였고, 린샤오쥔에게만 특별히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비판의 화살은 중국 쇼트트랙 시스템 전반으로도 향했다. 소후닷컴은 해외 출신 선수 영입에 의존했던 '귀화 전략'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린샤오쥔을 비롯해 헝가리 출신 류사오앙·류사오린 형제까지 즉시 전력감 확보에 집중한 결과, 토종 신예 육성이 끊기면서 단체전과 개인전 모두에서 흐름을 바꿀 선수가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대조적으로 한국 대표팀은 세대교체 성공 사례로 언급됐다. 매체는 치열한 대표 선발 시스템을 통해 김길리 같은 신예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며,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금 2·은 3·동 2, 총 7개의 메달을 따낸 배경으로 안정적인 저변과 육성 구조를 꼽았다.
린샤오쥔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대회 종료 후 인터뷰에서 "당분간 쉬면서 공부도 하고 싶다"면서도 "4년 뒤 한 번 더 도전하고 싶다"라며 2030 프랑스 알프스 동계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삼았다. "8년 동안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쇼트트랙은 내 인생의 전부였다"는 말도 남겼다.
메달은 없었지만 여론은 의외로 따뜻했다. 중국 팬들은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 올림픽에서 다시 보자"는 메시지를 남기며 린샤오쥔의 도전을 응원했다. 밀라노에서 남긴 성적표는 냉정했지만, 그의 올림픽 시계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