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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를 학교폭력 가해자로 몰아 학대한 교사…“일부 배상 책임”

중앙일보

2026.02.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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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 이미지. 셔터스톡
제자를 학교폭력 가해자로 단정하고 지속적으로 질책·비난한 교사에게 민사상 일부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민사항소1부(이지현 부장판사)는 A양과 부모가 담임교사 C씨와 충북도(국가 대리인)를 상대로 제기한 1억2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2017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학급 반장이던 A양과 친구들은 또래를 괴롭힌다고 판단한 B양에게 절교를 선언했다. 이후 B양 측이 학교폭력 피해를 주장하며 문제를 제기했고, 담임이던 C씨는 A양을 가해자로 단정했다.

C씨는 A양에게 “학교폭력 가해자”라고 몰아붙이며 “소풍 갈 자격도 없다”, “피해자처럼 당해봐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고, “무조건 사과하고 인정하라”고 고성을 지르는 등 한 달여간 강한 질책과 비난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A양이 억울함을 호소하면 “말대꾸하지 마라”, “싸가지 없다”는 표현으로 몰아세우기도 했다.

이후 조퇴와 결석이 잦아진 A양은 이듬해 6월 학교에서 투신해 크게 다쳤다.

C씨는 아동학대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22년 항소심에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형사 판결 이후 A양과 부모는 교사의 범죄 행위로 영구적 장애를 입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은 소 제기 시점이 학대 행위를 인지한 때(2019년 1월, 기소 시점)로부터 3년이 지나 단기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보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또 학대 행위와 투신 사이에 약 7개월의 간격이 있고, 학년 진급 등 환경 변화가 있었던 점 등을 들어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달리 봤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피고가 혐의를 부인한 상황에서 원고가 법원의 판단 이전에 학대 행위의 위법성을 확신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형사 판결이 확정된 무렵부터 진행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학대 행위가 A양의 투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명확히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해 배상 범위는 제한했다. 재판부는 C씨와 충북도가 공동으로 A양에게 위자료 700만원, 부모에게 각각 1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정재홍([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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