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강남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18분쯤 은마아파트 8층의 한 세대에서 불이나 집에 있던 10대 큰딸 1명이 숨졌다. 같은 집에 있던 30대 어머니와 작은딸은 얼굴에 화상을 입거나 연기를 마시는 등 다쳤다. 위층 주민 1명도 연기를 흡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상자들은 모두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오전 6시 48분쯤 큰 불길을 잡은 뒤 화재 발생 1시간여만인 7시 36분쯤 불을 완전히 껐다. 현장엔 인력 143명과 장비 40여대가 투입됐다. 아파트 주민 70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화재 원인과 정확한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불이 난 세대 아랫집 주민 민수지(40대·여)씨는 “6시쯤 불났다는 소리가 들려 밖에 나와보니 불길과 연기가 위로 솟구쳐 12층까지 닿는 게 보였다”며 “8층 어머니랑 딸 1명이 내려와 있었는데, ‘아이 하나가 못 나왔다’며 소리치고 계셨다”고 말했다. 민씨는 “우리 딸도 중학생이다. 같이 딸 키우는 입장에서 윗집 소식 듣고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화재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은 현장에서 ‘펑펑’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9층 주민 김모(32)씨는 “펑펑 폭발하는 소리가 크게 났다”며 “짙은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말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도시가스 등이 열에 노출되면 제한된 공간에서 소규모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라며 “감식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일반적인 주택이나 제한된 구역에서 불이 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소방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초기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2018년부터) 6층 이상 건축물엔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비용 문제 때문에 기존 건축물까지 소급적용하진 못했다”며 “이런 노후 아파트는 안전 관리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방화문과 소화기에 이상이 없도록 관리하고, 계단 적치물을 치워두는 등 입주민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1990년대 말부터 재건축 계획을 추진했으나, 안전진단 문제와 조합원 갈등 등으로 추진이 미뤄지며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꼽혔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9월 정비계획안이 확정되며 2030년 49층 5893세대 재건축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