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열린 LAFC-인터 마이애미 경기에서 손흥민이 오은우군과 함께 국가 연주를 기다리고 있다. 드니 부앙가(뒷줄 맨 왼쪽)는 은우군의 형 연우군과 함께했다. 김상진 기자
림프종으로 투병했던 여섯살의 한인 소년이 손흥민의 손을 잡았다.
희망의 다리를 놓아준 건 LAFC 구단과 난치병을 앓는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비영리기관 메이크어위시 재단(Make-A-Wish Foundation)이었다.
지난 21일 LAFC와 인터 마이애미의 메이저리그사커(MLS) 개막전에서 손흥민 손을 잡고 에스코트 키즈로 나선 오은우(6)군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가슴에 담았다.
오윤석·신비 부부에 따르면 은우군은 지난 2024년 9월 림프종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이어오다가 지난해 2월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재발 우려가 제기되면서 또 한 번 절망을 마주해야 했다.
오씨 부부는 지난 21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그때 기분은 사형 선고를 받은 것과 같았다”며 “여러 고비를 겪으며 그저 우리 가족이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것만을 꿈꿔왔다”고 말했다.
오씨 가족은 캐나다 오타와에 산다. 부부는 병마와 싸워 이겨낸 아들을 위해 축구 경기를 보여주기로 했다. 손흥민의 팬인 은우군을 위해 MLS 개막전에서 손흥민과 리오넬 메시의 맞대결을 보여주기로 마음먹었다. 이번 LA행은 그 바람을 훌쩍 뛰어넘는, 말 그대로 ‘믿기 어려운 서프라이즈’의 연속이었다.
손흥민의 경기를 보기 위한 이 가족의 여정은 난치병을 앓는 어린이들의 소원을 이뤄주는 비영리기관 메이크어위시 재단을 통해 시작됐다. 아이들을 위해 경기를 보고 싶다는 소원을 재단에 제출했고, 재단 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오씨는 “경우에 따라 수혜자가 일부 비용을 부담하기도 한다고 들었는데, LA까지 경비 전액을 재단에서 지원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경기 관람 자체만으로도 감사한데 이런 배려까지 더해져 놀라웠다”고 말했다.
기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개막 경기 전날인 지난 20일 오씨는 LAFC 관계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구단 측이 은우군과 첫째 연우(10)군을 경기 당일 ‘에스코트 키즈’로 초청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에스코트 키즈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부터 국제축구연맹(FIFA)이 어린이들을 존중하고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캠페인으로 진행하는 이벤트다.
아내 신씨는 이 모든 과정이 “기적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은우군은 소원대로 손흥민의 손을 잡고 경기장으로 입장했다. 은우군의 형인 연우군은 손흥민과 함께 ‘흥부 듀오’로 불리는 드니 부앙가의 손을 잡고 입장했다.
오씨는 “그저 가족이 건강하게 일상을 살아가길 바랐을 뿐인데, 힘든 시간을 이겨내니 이런 선물 같은 순간이 찾아왔다”며 감격을 전했다.
LAFC 측은 22일 “은우, 연우군은 에스코트 키즈로 경기에 함께한 이후 팀 선수들과 만나는 시간도 가졌다”며 “경기 전날인 지난 20일에는 애런 롱 선수와 함께 LAFC 홈구장인 BMO 스타디움 투어에도 참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