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군이 신규 원전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때 신규 원전 건설사업을 추진하다 정권이 바뀌며 백지화되는 시련을 겪은 영덕군이 다시 원전 유치에 뛰어든 것은 지역의 생존이 여기에 걸렸다는 판단에서다.
경북 영덕군의회는 24일 오전 열린 제320회 영덕군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신규 원전 유치에 관한 동의안을 가결했다. 영덕군의회 재적의원 7명이 전원 찬성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영덕군은 지난 1월 30일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규 원전 건설부지 유치’에 관한 공모를 발표한 직후부터 주민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지난 9~10일 군민 14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86.18%가 원전 유치 찬성 의사를 밝혔다. 찬성 이유로 ‘인구 유입 및 지역경제 활성화’가 가장 많이 꼽혔다.
동의안 통과 후 김광열 영덕군수는 “지역의 미래와 생존이 걸린 매우 중대한 결정”이라고 운을 떼며, 군민의 높은 찬성 여론이 “더 이상 소멸의 길이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군민의 결단이자 지역의 위기를 스스로 돌파하겠다는 군민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김 군수는 “정치적인 이해타산에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군민의 뜻과 의지만을 받들어 지역의 미래를 위한 군민의 역사적인 선택이 큰 결실로 돌아올 수 있도록 작은 의견과 우려에도 귀 기울여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영덕군이 신규 원전 유치를 공식화함에 따라 다음 달 30일까지 한수원에 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정부와 한수원은 4월 27일까지 지자체 지원계획 제출, 6월 25일까지 평가위원회 부지선정 조사와 평가 등을 거쳐 후보 부지의 선정 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평가위원회의 부지선정 기준은 부지 적정성 25점, 환경성 25점, 건설 적합성 25점, 주민 수용성 25점 등 4개 분야로 구성된다. 후보 부지가 선정되면 토지수용 등의 절차를 거쳐 2030년 초 건설 허가를 받아 2037년이나 2038년쯤 준공할 예정이다.
앞서 영덕군은 신규 원전 건설사업을 추진하던 도중 백지화가 결정되는 시련을 겪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영덕군 영덕읍 석리·매정리 일대 324만여㎡를 1500㎿급 가압경수로형 원전 건설 예정지로 정하고 2012년 9월 고시했다. 예정지역 19%가량인 61만㎡를 매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2018년 6월 천지원전 건설 백지화를 의결한 뒤 같은 해 7월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영덕읍 천지원전 예정구역 지정 철회를 신청했다. 천지원전 건설은 무산됐고 정부는 영덕군에 지급한 특별지원사업 가산금도 반납할 것을 명령했다. 소송전 끝에 영덕군은 결국 천지원전 특별지원사업 가산금 원금 380억원에 이자 29억원을 더한 409억원을 반납했다.
영덕군은 신규 원전 부지로 한 번 지정된 적이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영덕군 관계자는 “영덕군은 신규 원전건설이 백지화되기 전까지 가장 유력한 신규 원전 후보지로서 부지 여건의 적합성, 지원계획의 구체성, 행정의 준비도와 추진 역량, 지역의 결속력 등을 종합적으로 갖춘 ‘준비된 지자체’로 꼽힌다”고 강조했다.
김 군수는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경쟁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그 어떤 지자체보다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며 “영덕이 국가 에너지 전략의 중심지로 떠오르는 대전환의 기회를 맞아 군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발판이 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미래 전략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