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정부가 파나마 운하에 있는 항구 두 곳의 운영 통제권을 갖겠다는 내용을 담은 포고령을 발표했다. 이 항구는 홍콩에 본사를 둔 기업이 운영권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파나마 정부는 이날 포고령에서 “파나마 운하에 있는 항구 두 곳을 점유하라”며 “파나마 해사청이 긴급한 사회적 이익을 이유로 항구를 점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점유 대상에는 발보아 및 크리스토발 터미널 내부 또는 외부의 모든 이동 가능한 자산이 포함되며, 여기에는 특히 크레인, 차량, 컴퓨터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가 명시적으로 포함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파나마 정부는 “새로운 계약이 체결될 때까지 덴마크 그룹 AP 몰러-머스크의 자회사인 APM 터미널스가 임시로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파나마 대법원이 CK허치슨 홀딩스가 파나마 운하 운영권을 보유한 것이 위헌이라고 최종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달 파나마 대법원은 CK허치슨 자회사인 파나마 항만공사(PPC)의 항만 운영권 계약을 승인한 법률을 무효화했다. 이어 2021년 체결된 운영권 연장 계약 역시 효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PPC의 항만 운영은 법적 근거를 완전히 잃게 됐다. CK허치슨은 지난해 3월 해당 항구 운영권을 미국 투자회사 블랙록이 포함된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중국 정부의 개입으로 거래가 중단된 바 있다.
AP통신은 파나마 정부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 간 보다 광범위한 경쟁의 일부”라고 짚었다. 파나마 운하는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논란의 중심에 떠올랐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파나마 운하와 중국을 연결하는 듯한 미국 측 주장이 “중국과 중남미의 협력을 왜곡하는 동시에 중국과 파나마 관계를 훼손하려는 비열한 시도”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운하 운영에 관여한 것처럼 날조하는 연계 시도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미국이 패권적 본성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CK허치슨과의 연관성을 부인했으나, 파나마 정부의 이번 결정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존 뮬리나르 미국 하원 중국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파나마 대법원 판결에 대해 “미국을 위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반면 홍콩 기업을 관할하는 중국 국무원 산하기구인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은 “터무니없고 한심한 판결”이라며 “파나마가 혹독한 정치·경제적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번 판결은) 미국 주도적 압력이 작용한 결과”라고 불만을 드러내며 “자국 기업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CK허치슨 측은 국제상업회의소(ICC) 규정에 따라 파나마를 상대로 중재 절차를 개시했다. CK허치슨은 또 APM 터미널스가 운영권을 행사할 경우 해당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PM 터미널스의 모회사인 덴마크 그룹 측은 자신들은 해당 법적 절차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