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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과의 만남, 핵심 단서”…멕시코 마약왕의 애인 추적이 결정타였다

중앙일보

2026.02.23 21:27 2026.02.2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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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멕시코에서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 수장 네메시오 오세게라(일명 ‘엘 멘초’)가 멕시코군에 의해 사살된 다음 날, 관련 소식을 전한 신문들이 가판대에 걸려 판매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멕시코 최대 마약조직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 수장 네메시오 오세게라(59·일명 엘 멘초)에 대한 사살 작전은 그의 ‘연인’에서 시작됐다는 전언이 나오고 있다.

리카르도 트레비야 멕시코 국방장관은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연인과의 만남이 위치 특정의 핵심 단서였다”고 밝혔다고 현지 매체 밀레니오가 전했다. 장관 설명에 따르면 멕시코와 미국 정보당국은 지난 20일 오세게라의 측근이 연인을 할리스코주 타팔파의 산악 별장 단지로 데려간 사실을 포착했다. 타팔파는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주말 별장 지대로, 외부 시선을 피하기에 적합해 오세게라의 은신처로 알려져 있다.

23일(현지시간) 멕시코 타팔파 외곽 숲 지역에서 멕시코 특수부대가 카르텔 수장 네메시오 오세게라(일명 ‘엘 멘초’)를 체포하기 위해 벌인 작전 현장에서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레비야 장관은 “그곳에서 (연인이) 오세게라를 만났고, 21일 연인이 떠난 뒤에도 오세게라가 경호 인력과 함께 현장에 남아 있다는 정보를 확보했다”며 “그날 즉시 작전이 계획됐다”고 설명했다. 정보 확인 뒤 이튿날인 22일 새벽 멕시코군과 국가방위군 특수부대가 급습했고, 숲으로 도주하며 저항하던 오세게라는 교전 끝에 중상을 입고 헬기 이송 중 사망했다.

연인의 신원에 대해선 2022년 멕시코 군 내부 문건(구아카마야 해킹 유출)에서 오세게라의 연인으로 거론된 과달루페 모레노 카리요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지 매체뿐만 아니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연인을 “오세게라의 부인 로살린다 곤살레스 발렌시아가 돈세탁 혐의로 체포된 이후 (오세게라의) 사실상 마지막 밀회 관계”라고 짚었다. 현지에서 ‘복잡한 여자 문제로 꼬리가 잡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연인의 신원은 유출 문건과 언론 보도에 근거한 추정일 뿐, 멕시코 당국은 특정 인물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급습 과정에서 미국의 정보 지원도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 정부 관계자와 작전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앙정보국(CIA)의 정보가 작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CIA는 인적 정보망(휴민트), 위성 이미지, 도청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다만 멕시코 정부는 “미군이 지상에 투입되지는 않았다”며 “모든 작전은 멕시코 연방군 책임 아래 수행됐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3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푸에르토 바야르타에서 한 관광객이 불에 탄 버스 잔해를 촬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재 멕시코는 CJNG의 보복으로 혼란에 빠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전국 32개 주 중 20개 주에서 250여 곳의 도로가 봉쇄됐고, 차량 방화와 상점·은행 공격이 이어졌다. 과달라하라와 태평양 연안의 푸에르토 바야르타 등 주요 도시에서는 일부 공항과 학교가 폐쇄됐다.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모든 것이 불타고 파괴됐다”(BBC)는 증언이 나올 정도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SNS에는 불에 타는 차량과 연기로 뒤덮인 도심 영상이 빠르게 퍼졌고, 외국 공관들은 자국민에게 외출 자제를 권고했다. 특히 푸에르토 바야르타 교도소에서는 대규모 탈옥 사태까지 벌어져 23명의 수감자가 탈출하고 교도관 1명이 숨졌다고 현지 매체 엘우니베르살이 24일 보도했다.

또한 과달라하라는 6월 FIFA 월드컵 개최 예정지 중 하나로, 치안 불안이 국제 행사 준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국제 사회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추가 병력 투입과 도로 봉쇄 해제 등 질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수천 명의 병력을 추가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장의 사망이 곧 조직의 종말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지 언론들은 “조직이 완전히 분열할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최소 5명의 유력한 후계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고 권력 공백을 둘러싼 조직 내부 경쟁 가능성을 잇달아 전하고 있다. CJNG는 약 3만 명 규모의 조직원을 거느린 것으로 추정되며, 펜타닐 등 마약 밀매를 비롯해 석유 절도, 갈취, 인신매매 등 각종 범죄에 깊숙이 관여해온 거대 범죄 조직이다.



한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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