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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형 아내 신장 받은 B형 남편 눈물…서울성모 500번 이식, 과반은 부부였다

중앙일보

2026.02.23 21:42 2026.02.2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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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에서 500번째 혈액형 부적합 신장 이식을 진행한 조모씨 부부와 주치의인 정병하 신장내과 교수(왼쪽)가 24일 나란히 선 모습. 사진 서울성모병원
"당연히 남편에게 이식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37년을 함께 한 반려자에게 자신의 신장 한쪽을 떼준 64세 부인은 담담히 말했다. 그러자 65세 남편 조모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날 위해 신장을 내어준 게) 마음이 아프면서도 너무 고맙다"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조씨는 앞서 1989년 형제로부터 1차 신장 이식을 받았지만, 새 신장의 기능도 소실됐다. 하지만 부인이 나서면서 두 번째 이식으로 새로운 삶을 찾게 됐다.

그는 24일 의료진의 축하를 받으며 병원 문을 나섰다. 이들 부부 옆에 선 둘째 딸은 "평소 자상한 아버지가 신장 이식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어머니는 물론 결혼한 언니와 저까지 모두 기꺼이 이식에 나설 준비가 돼 있었다"고 전했다.

B형 남편과 AB형 아내의 신장이식은 '해피엔딩'이었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 12일 말기신부전을 앓는 조씨에게 혈액형이 다른 배우자의 신장을 이식하는 '혈액형 부적합 신장 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24일 밝혔다. 박순철 혈관이식외과 교수(장기이식센터장)가 이식을 맡았고, 주치의는 정병하 신장내과 교수였다. 이 병원에서 이뤄진 500번째 사례다.

과거엔 환자가 혈액형이 다른 공여자로부터 신장 이식을 받으면 거부 반응 등의 위험이 컸다. 하지만 혈액형 관련 항체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의학 기술 발전으로 혈액형 부적합 신장 이식이 가능해졌다.

서울성모병원은 2009년 5월 이러한 이식에 처음 성공했다. 2015년 100례, 2021년 300례 등을 거쳐 500번째 사례에 도달했다. 첫 시행 이후 약 17년 만이다. 국내 단일 병원 기준으론 세 번째로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성모병원에서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을 받은 조씨 부부와 병원 의료진이 단체사진을 찍는 모습. 사진 서울성모병원
서울성모병원이 500번의 혈액형 부적합 신장 이식 사례를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인 253건(50.6%)이 조씨 같은 부부 간 이식으로 집계됐다. 피가 섞이진 않았지만, 사랑의 힘으로 아픈 배우자에게 기꺼이 신장을 내준 셈이다. 이는 전체 생체 신장 이식의 부부 이식 비율(35%)보다 높은 수치다.

또한 생체 신장 이식 사례 중 혈액형 부적합 이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초기 10% 안팎에서 올해 기준 35%까지 늘었다. 이렇게 이식된 신장의 생존율(투석·재이식 없이 기능을 유지하는 비율)은 이식 후 1년 98%, 5년 94%, 10년 85%로 나타났다. 공여자·수혜자의 혈액형이 같은 일반적인 생체 신장 이식과 비슷한 수준이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아무래도 생체 이식은 형제 등 혈육 중심인데, 이전보다 활성화가 쉽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혈액형이 다른 부부 등의 이식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고, 이를 위한 프로토콜(절차)도 신경 써서 관리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혈액형 부적합 신장 이식은 혈관이식외과·신장내과, 장기이식센터 전문 코디네이터팀 등의 유기적 협력과 오랜 경험이 있어야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한 연구도 필수다.

박순철 교수는 "혈액형 부적합 신장 이식의 도입으로 과거 공여자가 없어 이식 기회를 얻지 못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열렸다. 필수 약제·검사법 등의 발전에 따라 앞으로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정종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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