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전 세계 국가에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글로벌 관세’가 24일 오전 0시 1분(미 동부시간 기준, 한국기준 오후 2시 1분)을 기해 발효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기존 무역 합의 번복을 시도할 경우 가혹한 보복을 가하겠다며 ‘관세 드라이브’ 강행 의지를 거듭 밝혔다. 하지만 유럽의회가 미국과 맺은 무역 합의 비준을 다시 미루고, 미 의회 야당도 ‘관세 연장 저지’를 일찌감치 공언하는 등 대내외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발효된 글로벌 관세 세율은 일단 10%다. 대법원 판결 직후인 지난 20일 10%의 글로벌 관세 포고문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만에 이를 15%로 인상한다고 했지만 언제부터 인상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10%로 발표된 관세는 새 포고문 서명 절차 등을 거쳐 15%로 상향될 전망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어떤 나라든 대법원의 터무니없는 판결로 장난을 치려 한다면, 특히 수십 년간 미국을 뜯어먹어 온 국가들은 그들이 (미국과) 최근 합의했던 것보다 더 높은 관세와 더 가혹한 조치를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경고를 했으니 결과는 상대 책임이라는 취지로 “구매자는 주의하라(BUYER BEWARE!!)”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과의 새로운 무역 합의로 대규모 대미 투자나 미국산 물품 구매를 약속한 국가가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합의를 번복하려 들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강력한 보복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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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장난치는 국가엔 더 높은 관세”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글에서 “대통령으로서 나는 관세 승인을 받기 위해 의회로 다시 돌아갈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제수지 적자 대응을 위해 최고 15%의 관세를 최장 150일간 부과할 수 있게 한 무역법 122조, 불공정 무역 관행을 조사해 보복성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무역법 301조, 국가안보 위협 판단 시 품목별 관세 부과를 규정한 무역확장법 232조 등 플랜B를 대통령 권한으로 가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에 기반해 24일부터 전 세계에 일괄 적용하기 시작한 글로벌 관세를 150일간 유지해 시간을 벌고, 해당 기간 301조, 232조 조사에 속도를 내 새로운 관세 체제로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법원 판결을 두고 “터무니없고 어리석으며 국제적으로 극심한 분열을 낳은 판결”이라면서 본래 영어 대문자로 표기하는 대법원을 소문자 ‘supreme court’로 썼다. “존중감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 소문자로 표기하겠다”며 대법원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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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불확실성” 들어 美 무역합의 표결 보류
한국과 일본 등 상호관세를 깎는 반대급부로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한 주요 국가들은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도 ‘기존 합의 이행’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유럽연합(EU)에서는 재검토론이 나왔다. 당초 24일 미·EU 무역 합의를 승인하기 위해 표결에 부치려던 유럽의회가 미 대법원 판결 및 글로벌 관세 15% 부과 계획 등 “상황 불확실성”을 이유로 표결을 다시 보류했다.
유럽의회 무역위원회 베른트랑에 위원장은 “미국과의 무역 관계에서 명확성, 안정성, 법적 확실성이 재확립될 때까지 입법 작업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야욕을 드러내자 지난달 21일 잡힌 미·EU 무역 합의 승인 절차를 미룬 데 이은 두 번째 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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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트럼프 관세’ 연장 시도 저지”
150일이 시한으로 오는 7월 만료되는 글로벌 관세 15%의 연장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연장하려면 미 의회 승인이 필요한데, 야당이 벌써부터 반대 방침을 분명히 해서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상원 민주당은 올여름 만료되는 트럼프의 관세를 연장하려는 어떤 시도든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척 슈머 원내대표와 한국계 앤디 김 등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22명은 위법 판결이 난 상호관세 등의 기존 징수분을 180일 내 전면 환급하도록 한 법안을 이날 공동 발의하기도 했다. 공화당 내 일부 전통적 자유무역주의 의원들도 트럼프 관세 정책에 비판적이어서 오는 7월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15% 조치 연장 요청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연방 하원 총 432석(공석 3석 제외) 중 공화당이 218석으로 겨우 과반(217석)인 상황임을 감안하면 공화당 내 두 명 이상의 ‘반기’ 만으로도 하원 문턱을 넘기 어렵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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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4일 국정연설…“긴 연설 될 것”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오후 9시(한국시간 25일 오전 11시)로 예정된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에서 관세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와 제조업 부활, 외국 투자 유치 등을 성과로 내세우며 모두 관세 덕분이라는 기존 논리를 거듭 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핵심 현안인 반이민 정책과 생활비 감당(Affordability) 이슈 등 국내 현안도 비중 있게 언급될 가능성이 크다.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이란 문제를 비롯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핵 문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언급이 있을지도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불법 체류자의 살인 범죄로 인한 피해자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2월 22일을 ‘천사 가족의 날’로 지정하는 포고문 서명 행사에서 “(국정연설은) 언급할 게 너무 많아 긴 연설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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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율 36%…전달 대비 3%P↓
하지만 국정연설을 하루 전 공개된 지지율 조사에서는 경고음이 울렸다. 미 공영 라디오 NPR이 발표한 여론조사(1월 27~30일 실시)에서 응답자의 55%가 ‘트럼프가 미국을 더 나쁜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집권 1기 초 같은 시점과 견줘볼 때 13%포인트 오른 수치다.
이날 공개된 CNN 조사에서는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이 36%로 지난달 16일 조사치 39%에서 3%포인트가 떨어지며 최저치를 기록했다. 응답자의 68%는 ‘트럼프가 미국의 가장 중요한 문제들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