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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전력 집결, 외교관 대피령…美, '이란 공습' 임박 징후 고조

중앙일보

2026.02.23 22:38 2026.02.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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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지중해 크레타섬 인근 해상에 정박한 미 해군 제럴드 R. 포드함.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공습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군사·외교적으로 잇따르고 있다. 미군 주요 전력을 이란 주변으로 집결한 데다, 주(駐)레바논 대사관 인력에 대피령까지 내리면서다. 2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재개하는 이란과 핵 협상을 앞두고 긴장이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부터 한층 거칠어졌다. 트럼프는 23일 소셜미디어(SNS)에 미군 수뇌부가 이란 공습에 신중한 입장을 냈다는 보도를 일축하며 “결정권자는 나다. (이란과) 합의하기를 더 바라지만, 만약 합의하지 못하면 그 나라와 국민에게 아주 나쁜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경고가 헛말이 아니라는 신호도 이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전역에 배치한 전투기 수를 대폭 확대하는 등 대(對)이란 군사 작전을 대비해 중동에 막대한 공군력을 집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FT가 민간 위성 서비스 플래닛랩스를 통해 분석한 결과 이달 들어 요르단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 내 전투기 숫자가 급증했다.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 18대를 비롯해 F-15 전투기 17대, A-10 공격기 8대 등 최소 66대에 이른다. 사우디 프린스 술탄 공군 기지에는 E-3 공중조기경보통제기, C-130 수송기, C-5 수송기 등을 배치했다.

군함도 이란 주변 해역으로 대거 집결하고 있다. 전투기 수십 대를 탑재한 항공모함 2척(에이브러햄 링컨함, 제럴드 R. 포드함)과 다목적 구축함 등을 지중해·아라비아해·홍해 등에 배치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해상 작전을 수행하는 미 해군 함정 51척 중 18척(35%)이 중동으로 모였다.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항공모함 전단 5개를 파견한 이래 최대 규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일명 ‘코피 작전(bloody nose strategy)’으로 불리는 제한적 선제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이란을 정밀 공습한 뒤,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이란 지도부 축출까지 염두에 두고 대규모 공격으로 확대하는 ‘단계적 군사 옵션’이 유력한 전쟁 시나리오다.

박경민 기자
한편 미 국무부는 23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안보 상황을 이유로 현지 미국 대사관에 근무하는 비(非) 필수 외교 인력과 가족에게 레바논을 떠나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레바논은 미국이 공습할 경우 이란이 보복 공격할 표적으로 꼽힌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로 대사관 직원 50명가량이 레바논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에 돌입하기 전에도 베이루트와 이라크 등 중동 대사관에 비슷한 철수령을 내렸다.

미국이 강경하게 나서는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핵 합의에 요지부동인 이란과 외교적 해법이 한계에 부딪혀서다. 대규모 내부 시위로 민심이 돌아선 지금이 공습에 최적기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돕던 헤즈볼라 등 무장 세력을 상당 부분 무력화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일련의 조치가 이란과 협상에서 최대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트럼프 특유의 ‘연막작전’일 가능성도 있다. 전면 공습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선택지라는 분석도 여전하다. 뉴욕타임스(NYT)는 군사·외교 전문가를 인용해 “이란은 (제한된 공습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을 체포한) 베네수엘라와 전혀 다른 상대다. 이란 공습은 중동 전역으로 파장을 넓히고 장기전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짚었다.





김기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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