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회 대미투자특별법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대미특위) 첫 회의가 법안 상정도 못한 채 입법공청회만 마치고 끝났다. 다음 날로 예정됐던 소위원회 구성에 관한 간사 간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소속 김상훈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24일 본회의 강행과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 처리를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예정에 없던 본회의가 개최됐고 상정된 안건 자체가 불편한 법안이다 보니 당 지도부에서도 특위 진행 상황에 불편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면서다.
당초 특위는 이날 입법공청회와 함께 법안을 상정하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함께 대체토론을 열 예정이었다. 이후 다음 날인 25일 소위를 열어 법안을 심사하고, 오는 3월 9일까지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24일 오후 본회의를 예고하자 김 위원장은 전날 저녁 장관들에게 불출석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정상 대체토론이 어려워 보여 장관들이 무기한 대기하게 할 수 없단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예정된 일정을 거부하자 민주당 소속 특위 위원들에게선 “첫 회의도 일방적으로 정회시켰는데 납득할 수 없다”(허영 의원), “공청회 끝나고 그만두려 하시는 것 같다. 적어도 오늘 법안 상정까지 해서 국회가 노력하고 있다는 대외적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정태호 의원)며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에 김 위원장은 “이렇게 시급한 법안을 왜 진작 안 서둘렀느냐”며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이게 뭐냐”고 받아쳤다.
여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은 회의가 끝나고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 일정을 고려해 어제 의사 일정을 (야당 간사와) 조정했다”며 “공청회와 법안을 일괄해서 상정하고, 검토 보고와 진술요지를 청취한 이후 대체토론과 공청회 질의를 거쳐 법안을 소위원회에 회부하기로 재차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방적 합의사항 파기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소위 구성에 관한 여야간 이견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3명씩 동수로 구성할 것을 제안한 반면, 민주당은 민주당 4명, 국민의힘 3명, 비교섭단체 1명의 소위 구성을 주장했다. 관련해 허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저희 쪽에서 3:3:1로 양보안을 낸 것 아니냐”며 “합리적으로 조정해서 구성하면 된다”고 지적했지만, 박수영 국민의힘 간사는 “협의가 겉돌고 있는데 정부 여당에서 이 법이 진짜 중요하다면 (3:3으로) 그정도는 양보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고 받아쳤다.
소위 구성과 법안 처리 일정에 관해 간사 간 협의가 이어질 예정이지만, 25일 소위는 요원한 상황이다. 정개특위 관계자는 “국민의힘에서 일부러 상정을 지연시키면서 내일 소위까지도 열지 않으려는 심산 같다”며 “소위가 미뤄지면 다음달 9일까지 처리라는 기존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다”고 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는 입법 속도를 두고 다양한 견해가 오갔다. 전문가 진술인으로는 ▶서은종 BNP 파리바 대표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통상학과 교수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가 공청회에 참석했다. 대부분 대미투자법의 입법 필요성에 관해서는 입을 모은 한편, 김 교수는 “미국 유권자 64%가 관세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중간선거까지는 함부로 관세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 대미 투자를 마구 서두르는 게 합당한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놓았다.
대미투자특별법을 이행하기 위한 한미전략투자공사의 별도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 교수는 “중장기적으로는 전담 기관을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한국투자공사에 가칭 대미투자전략센터 조직을 만들어 50명 내외의 산업 및 실무 투자 전문가 등을 영입해 운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서 대표는 “전문화된 기관이 정부, 금융당국, 기업, 연기금과 정책 조율을 하면서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