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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쿠팡 외압 의혹 엄희준 “문지석의 보고 누락 반복. 전결권 박탈은 정당”

중앙일보

2026.02.24 01:21 2026.02.24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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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도록 외압을 행사한 인물로 지목된 엄희준 광주고등검찰청 검사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관봉권·쿠팡 상설특검팀 사무실에서 2차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쿠팡 퇴직금 미지급 의혹을 수사 중인 상설특검팀(특별검사 안권섭)이 남은 열흘 간의 수사기간 동안 규명해야 하는 핵심 과제는 앞선 검찰 수사 당시 수원지검 부천지청 지휘부가 주임검사에게 특정 결론을 압박하고 부당하게 수사에 개입했는지다. 특검팀은 지난 3일 쿠팡 일용직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을 근로자퇴직급여법 위반으로 보고 쿠팡풀필먼트 측을 기소했다. 기존 검찰의 무혐의 결론을 뒤집은 처분인 만큼 남은 수사 기간 엄희준 당시 부천지청장을 포함한 지휘부의 수사 외압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엄 전 지청장은 “수사외압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3차 소환조사까지 마친 엄 전 지청장은 지난 23일 특검팀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수사 외압을 주장하는 문지석 부장검사 측 주장을 반박했다. 우선 쿠팡 수사 과정에서 문 부장검사의 전결권을 박탈한 데 대해선 “문지석 부장이 주요 사건에서 상부 보고를 반복적으로 누락했다”는 이유를 의견서에 담았다. 전결권 박탈은 기소 필요성을 강조한 문 부장검사를 배제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이전부터 누적돼 온 '보고 패싱'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였다는 게 엄 전 지청장의 주장이다.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 수사 과정에서 상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문지석 검사가 지난해 12월 11일 서울 서초구 안권섭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부 패싱 반복…전결권 조정은 필요 조치”

엄 전 지청장은 의견서에 문 부장검사가 상부 보고를 누락한 사례로 '굽네치킨 수사'를 꼽았다.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치킨 창업자인 홍철호 전 정무수석의 지인이 22대 총선을 앞두고 굽네치킨 상품권을 기부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수사 과정에서 문 부장검사가 2024년 차장검사를 비롯한 지휘부 보고 없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엄 전 지청장은 특히 주임검사가 압수수색 사전 보고를 건의했으나 문 부장검사는 “차장은 사건에 관심이 없다”며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쿠팡 사건에서도 문 부장검사가 상부보고 없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자, 주요 사건은 지휘부 협의를 거치도록 전결권을 상향했을 뿐이라는 게 엄 전 지청장의 설명이다. 또 일부 검사들이 문 부장의 독단적 지휘에 고충을 토로한 점을 판단 근거로 제시하며 전결권 조정은 조직 관리를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엄 전 지청장은 사건 주임검사였던 신가현 검사가 2025년 2월 13일 동료 검사들에게 “이게 왜 기소냐”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점에 대해서도 의견서를 통해 입장을 설명했다. 심 검사는 문 부장이 무리하게 기소를 주장하고 쿠팡 사건 피의자를 소환해 조사하려 한다는 취지로 주변에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를 두고도 “신 검사는 최초 기록 검토 단계부터 무혐의 의견이었고, 오히려 문 부장이 유명세를 얻기 위해 기소를 압박한 것”이라고 엄 전 지청장은 주장했다.

특검팀은 신 검사가 사건 기록을 충분히 검토하기 전 해당 문자를 보낸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엄 전 지청장은 문자 발송 당시 신 검사는 이미 사건 보고를 지시받은 상태였고 기록 역시 검토한 이후였다고 주장한다. 기록을 검토한 주임검사가 이미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염두에 둔 상태였다면 지휘부가 기소를 막기 위해 '불기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신빙성을 잃게 된다.



직권남용 성립, ‘부당한 목적’ 입증 관건

안권섭 특별검사가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 및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2025.12.31.
특검팀이 엄 전 지청장 등 부천지청 지휘부에 수사개입 의혹과 관련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선 단순한 지휘권 행사와 구별되는 ‘부당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무혐의 결론이 위법했고, 지휘부가 수사팀 의견을 묵살했으며, 그 지시에 사적·외부적 동기가 있었다는 점까지 순차적으로 입증돼야 하는 구조다.

특검팀으로선 최근 법원이 쿠팡 일용직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 의혹과 유사한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점 역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원지법은 지난 12일 인력공급업체 대표의 퇴직급여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유지하며 “근로계약 기간이 1일에 불과하다면 공백 기간이 수일에 불과해도 계속근로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퇴직금 지급의 요건인 ‘계속근로 1년 이상’을 엄격히 본 판단인데, 이는 특검팀이 쿠팡 측을 기소한 논리와는 배치되는 판결이다.



석경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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