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대혼란에 빠졌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대구·경북 행정 통합 갈등에 홧김에 사퇴를 선언했고,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강성 지지층 결집’에 골몰하는 장동혁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하기로 했다. 6·3 지방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힘 투톱의 리더십이 흔들리며 자중지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발단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안이었다. 의총에서 그간 통합에 찬성하던 주호영(대구 수성갑·6선) 의원이 “지도부에서 (누가 대구·경북 통합에) 반대했는지 밝히라”고 압박하자 송 원내대표는 “지역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넣어달라고 했을 뿐 반대한 건 아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고 한다. 송 원내대표의 지역구는 경북 김천이다. 송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행정 통합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건 아니지만 지역 주민의 의견을 제대로 듣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통합 찬성파인 권영진(대구 달서병·재선) 의원까지 “지금 그 말이 반대했다는 것 아니냐”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송 원내대표는 “동의할 수 없다”며 원내대표 사의를 표명하고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다만 송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진지한 사의 표명은 아니고 정상 당무를 할 것”이라고 했다. 송 원내대표 또한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최선의 행정 통합 설계를 위해 끝까지 책임 있는 논의에 임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원내 사령탑이 돌연 사퇴를 표명한 사이 장 대표는 4선 이상 중진 의원의 반발에 직면했다. 수감 중인 권성동 의원을 제외한 4선 이상 18명 중 14명이 이날 오후 4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모여 격론을 벌인 끝에 장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키로 했기 때문이다.
중진 회동 참석자 대부분은 “장 대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당 지지율 등을 보면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치르기가 매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강성 지지층 결집을 우선하는 장 대표의 선거 전략에 부정적 의견을 표한 참석자도 많았다고 복수의 참석자는 전했다.
장 대표는 이날 채널A ‘정치 시그널’에 출연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거듭 요구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위기와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국민의힘 대표는 당원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초선 의원은 “110만 당원으로 4000만명이 넘는 유권자를 어떻게 사로잡냐”고 우려했다.
하지만 실제 중진 면담이 성과가 있을지 대해선 회의적 전망도 나온다. 중진이 모였지만 막상 ‘노선 전환’을 요구할지는 합의하지 못한 까닭이다. 회동에선 장 대표가 절윤 선언을 해야 하는지를 두고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장 대표를 만났는데 절연 찬반이 갈리면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모임을 주도한 이종배 의원 또한 “지역이나 성향이 달라서 의견을 하나로 모으긴 어렵다”고 했다.
원내뿐 아니라 원외 갈등도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권파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장 대표 사퇴를 요구한 전·현직 당협위원장 24명을 25일 중앙윤리위원회에 제소키로 했다. 당헌·당규상 ‘특정 세력이 주축이 돼 당내 민주주의 등을 훼손하는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계파 불용 원칙을 어겼다는 이유다. 이들은 당에서 제명된 김종혁 전 최고위원과 함께 장 대표 퇴진을 주장한 건 당내 분열과 혼란을 조장하는 행위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중진 의원은 “안 그래도 내분이 끝나지 않았는데 장외전까지 그칠 줄을 모른다”며 “자중지란에 백약이 무효”라고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