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최근 중의원 총선 직후 집권 자민당 당선 의원들에게 수만 엔 상당의 카탈로그 기프트(당선 축하 선물)를 배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총선 압승 이후 60∼70%대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온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후 처음 정치자금 논란에 휩싸이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교도통신은 24일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다카이치 총리의 사무실 관계자가 자민당 의원 사무실을 개별 방문해 약 3만 엔(약 28만 원) 규모의 카탈로그 기프트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포장지엔 “축하 다카이치 사나에”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전달 대상은 초선 의원뿐 아니라 낙선 후 재선에 성공한 전직 의원과 다선 의원 일부도 포함됐다.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은 316명이 당선됐다.
같은 날 주간지 슈칸분슌도 최소 4명의 중의원 또는 의원 사무실 관계자가 선물 수령 사실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한 의원 사무실 관계자는 매체에 “19일쯤 다카이치 총리의 동생이자 정책 비서가 의원회관 사무실로 가져왔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사무실은 관련 사안을 묻는 매체의 질의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카탈로그 기프트는 책자 형태의 상품 목록을 전달한 뒤 수령자가 원하는 상품을 선택해 받는 방식의 선물이다. 일본에서는 결혼·출산 등 경조사 답례품으로 널리 쓰이지만, 정치권에서 배포될 경우 정치자금규정법 저촉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일본 정치자금규정법은 개인이 정치인의 정치 활동과 관련해 금전이나 유가증권(주권·수표·상품권) 등을 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자민당은 이미 한차례 정치자금 문제를 겪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총리는 지난해 3월 초선 의원들에게 1인당 10만 엔(약 93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배포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관련 보도 직후 내각 지지율은 약 26%(당시 아사히신문 여론조사)까지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 조사(약 40%)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 수치였다.
이런 이유로 자민당 내에서는 “그렇게 문제가 됐는데 왜 같은 일을 반복하느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또 “정치자금 문제로 국민의 불신이 강한 상황에서 야당은 반드시 비판할 것”이라며 2026회계연도 예산안 심의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