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최근 서해에서 이뤄진 대규모 공중 훈련에 대해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사과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우리는 대비 태세의 유지와 관련해 사과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미 측은 이어 브런슨 사령관이 안 장관에게 오히려 “유감을 표명했다”라고도 했는데, 이는 앞서 국방부가 관련 보도가 사실상 맞다고 한 것에 대한 정면 반박으로 볼 여지가 있다.
주한미군은 24일 오후 10시쯤 입장문을 내고 “주한미군은 최고 수준의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훈련을 한다”라면서 “우리는 대비 태세의 유지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We don’t make apologies)”라고 밝혔다.
미 측은 이어 최근 서해 훈련과 관련해 “브런슨 사령관이 국방부 장관과 직접 이야기하면서 한국 측에 사전 통보가 이뤄졌다는 점을 상기했다”면서 “(사령관은) 장관과 합동참모의장에게 제때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expressed regret)”라고 덧붙였다.
앞서 주한미군은 18~19일 서해 공해상에서 미 7공군 소속 F-16 전투기 수십 대가 참여한 대규모 공중 훈련을 했다. 이 과정에서 미 전략 자산인 B-52 전략 폭격기가 처음으로 합류해 훈련을 벌였다. 미 측 자산이 중국 방공식별구역(CADIZ)에 근접하자 중국 측은 전투기가 발진해 대응했다.
이에 대해 안 장관과 진영승 합참의장은 잇따라 브런슨 사령관과 공조 통화를 하고 한국 측 입장을 전달했는데, 이와 관련해 “브런슨 사령관이 안 장관 측에 사과를 했다”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24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통화 내용을 공개하는 건 부적절”하다면서도 “일정 부분 해당 보도 내용이 사실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브런슨 사령관이 사과했다’라는 기사의 핵심적인 내용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일정 부분 사실”이라고 갈래를 탄 건, 국방부가 해당 보도를 사실상 인정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통상 한·미 당국자 간 소통은 양측의 합의 없이는 공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의 단독 훈련과 관련한 민감한 사안을 논의한 공조 통화 내용을 국방부가 확인한 건 이례적이란 해석이 군 안팎에서 나왔다. 이는 그만큼 한국 정부가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주한미군이 같은 날 오후 늦게 이를 부인하는 입장을 내면서 한·미 군 당국 간 갈등이 노골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주한미군은 “솔직한 대화는 효과적인 동맹 간 조정에 필수적”이라면서도 “정확하든 아니든, 선택적 (대화) 공개는 공동의 안보 목표를 진전시키지 못 한다”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시기적으로 양국 군 당국은 자유의 방패(FS) 연합 연습·훈련을 앞두고 야외실기동훈련(FTX) 시행 방안과 관련해서도 이견을 빚어왔다. 수면 아래에서 감지됐던 양 측의 불협화음이 FS 시행을 일주일여 앞두고 노골적으로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특히 브런슨 사령관은 진영승 합참의장과 공조 통화를 하면서 한국 정부의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주한미군은 같은 입장문에서 “의장과 대화를 나누며 대비 태세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에 대한 전문적인 평가를 공유했다”라고 밝혔다. 이는 9·19 군사합의 복원을 미 측이 ‘대비 태세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9·19 군사합의 복원 기조에 대한 주한미군 측의 입장이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원한 한 정부 고위 소식통은 “미국이 부정적인 기류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한미군 측은 비행금지구역 복원 등에 노골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하진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대신 대비 태세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원론적인 의견을 군 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9·19 남북군사합의 추진 과정에서 주한미군 및 유엔사(UNC)와 갈등을 빚었는데,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자”는 소통을 한·미 군 당국 간 해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