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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AI 데이터센터, AI 국가경쟁력의 본진

중앙일보

2026.02.24 07:02 2026.02.2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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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헌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산업계의 유행어가 아니다. 제조업과 의료·국방·금융·콘텐트 등을 가리지 않고 ‘컴퓨팅을 가진 나라’가 혁신 속도와 산업 전환의 주도권을 쥐는 시대가 열렸다. 이 거대한 흐름에서 뒤처질 경우 한국은 ‘AI를 쓰는 나라’로 머물고, 핵심 부가가치는 해외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AI 경쟁의 밑바닥에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가 있다. 바로 AI 데이터센터다. 과거의 데이터센터가 범용 서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디지털 창고’에 가까웠다면, AI 데이터센터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가속기 기반의 초고밀도 연산을 상시적으로 뽑아내는 ‘컴퓨팅 공장’이다. 전력과 냉각이 핵심이 되고, 공랭 중심의 상식이 흔들리는 이유다.

이 ‘AI 공장’이 전 세계에서 동시에 구축되고 있다. 전력·부지·인허가·냉각·네트워크는 이제 AI 산업의 성장 속도를 결정하는 현실 변수다. 데이터센터 확충 경쟁에서 뒤처지면, 결국 모델·서비스 경쟁에서도 밀려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말하면, 한 나라의 AI 역량은 연구개발 투자 만큼이나 ‘컴퓨팅 인프라를 얼마나 빨리,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내에도 반가운 움직임이 이어진다. SK그룹은 미국 아마존(AWS)과 협력을 바탕으로 울산에 AI 전용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며, 지역 기반의 초대형 AI 인프라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SGC에너지도 KT와 함께 전북 군산에서 전력·에너지 인프라 강점을 토대로 단계적 확장을 전제로 한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기업들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중요한 퍼즐을 맞춰가고 있다는 점에서 든든하다.

하지만 ‘몇 개의 프로젝트’만으로 국가 경쟁력이 자동으로 보장되지는 않는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계통 연계, 입지·인허가, 규제, 인력, 탄소·에너지 전략이 동시에 풀려야 산업으로 성장한다. 한두 가지가 막히면 기업의 투자는 해외로 이동한다. 결국 정책의 역할은 분명하다. 정부는 “하고 싶으면 하라”가 아니라, “될 수 있게 만들라”는 보다 적극적인 관점에서 병목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AI 데이터센터의 제도적 기반과 지원 및 규제 개선 방향을 제시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제는 속도와 실행이 관건이다. 전력계통 연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고집적 설비에 맞춘 합리적 기준을 갖춘 데이터센터 모델을 확산해야 한다. AI 데이터센터는 한때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불리던 한국이 다시 한 번 산업 전환을 선도할 수 있는 현장형 국가 경쟁력이다. 민간의 선제적 투자에 정부가 제도와 인프라로 박자를 맞출 때, 한국은 AI 시대의 추격자가 아니라 규칙을 만드는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김중헌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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