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기대가 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꺾였다.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과 이재명 대통령의 다주택자 압박 메시지가 맞물리면서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급증하고, 가격 상승률이 3주 연속 둔화하는 등 시장 분위기도 빠르게 식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올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08로 한 달 전(124)보다 16포인트 내렸다. 하락 폭은 부동산 조정기였던 2022년 7월(-16포인트) 이후 최대다. 지난해 12월(121)과 올해 1월(124) 두 달 연속 오르며 되살아나던 집값 상승 기대가 석 달 만에 꺾여 지난해 4월(108)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향후 1년 집값 전망을 묻는 지수로 기준값은 100이다. 100을 웃돌면 상승 응답이 하락보다 많다는 의미다. 여전히 상승 응답이 우세(108)하지만, 장기 평균(107)에 근접했다. 과열 기대가 가라앉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한은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예고 ▶공공·유휴부지 활용해 수도권에 6만 가구를 새로 짓는 1·29 공급 대책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최근 집값 상승폭 둔화 등을 배경으로 지목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다주택을 유지하든 자유지만 비정상의 정상화에 따른 위험과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정부는 규제·세제·금융·공급 등 막강한 수단을 갖고 있다”며 “비정상적인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리라는 기대는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라고도 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시중은행과 상호금융권을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수도권·규제지역 내 아파트 보유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대출 만기 연장 제한, 담보인정비율(LTV) 축소, 대출액 단계적 감축 등을 검토하고 있다.
━
서울 아파트 매물 6만8564건…한달새 22% 늘었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서울 아파트 상승세가 약해졌고, 매물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2월 셋째 주(16일 조사) 서울 주간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보다 0.15% 올랐다. 전주(0.22%)보다 상승폭이 0.07%포인트 줄었다. 1월 마지막 주 0.31% 이후 3주 연이은 둔화다.
부동산 거래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8564건으로 한 달 전(5만6373건)보다 21.6% 늘었다. 일부 강남 단지에서는 직전 최고가 대비 5억원 이상 낮춘 매물도 나왔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시행한 2019년과 비슷한 시장 분위기”라며 “3~4월 다주택자의 초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규제 여파는 대출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한은이 이날 공개한 ‘2025년 4분기 차주별 가계부채(잠정)’에 따르면 차주당 가계대출 평균 신규 취급액은 3443만원으로 전 분기보다 409만원 감소했다. 가계대출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평균 신규 취급액은 2억1286만원으로 1421만원 급감했다. 전세자금대출도 1억4064만원으로 1414만원 줄었다. 다만 민숙홍 한은 가계부채미시통계팀장은 “1분기 이사철 수요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영향 등으로 수도권 주택 거래와 가계대출이 소폭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2월 전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2.1로 전월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증시 활황이 이어지며 두 달 연속 개선됐다. CCSI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2003∼2024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