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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정부’ 논리, 엘리엇 잡았다

중앙일보

2026.02.24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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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약 1600억원(현재 기준)을 지급하라던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정을 뒤집을 수 있었던 승부수는 ‘국민연금공단 의결을 정부적 행위로 볼 수 없다’는 논리였다.

조아라 법무부 국제투자분쟁과장은 24일 브리핑에서 “어제 저녁7시30분쯤 영국 1심 법원이 ‘국민연금공단은 국가기관이 아니다’라는 정부 주장을 받아들여 국민연금공단이 국가기관임을 전제로 손해배상을 명령한 PCA 중재판정을 일부 취소하고 인과 관계 및 손해에 관해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중재 절차로 환송했다”고 전했다.

삼성물산 주주였던 엘리엇은 2015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함에도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2018년 국제투자분쟁(ISDS)을 제기했다. PCA는 2023년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 배상원금과 지연 이자 등 총 1억782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즉각 취소 소송을 냈다. PCA가 관할권 없는 사건을 심리했다는 논리를 폈다. 한미 FTA 제11.1조에는 ‘당사국이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조치’에 문제가 있어야 ISDS를 제기할 수 있게 돼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공단을 당사국인 대한민국으로 볼 수 없을뿐더러 주주 의결 행위를 정부의 공권력·행정력 행사로 보기는 더욱 어렵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박영수 국정농단 특검팀의 수사 결과를 반대 논리로 제시했다. 특검팀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지시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합병 찬성을 강행했다고 직권남용죄로 기소했다. 둘 다 2022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 엘리엇은 대법원 판결로 국민연금공단 의결권 행사가 사실상 국가 공권력, 행정력 작용이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유무죄와 별개로 국민연금공단은 국가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ISDS 자체를 제기할 수 없고, PCA에 관할권도 없다는 ‘절차적 문제’를 파고들었다. 우리 정부와 엘리엇 ISDS 중재지로 정해진 영국의 1심 법원은 애초 FTA 11.1조가 ISDS 제기 조건을 규정한 ‘관문 조항’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항소했고 영국 고등법원은 관문 조항이 맞는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사건을 돌려받은 영국 1심 법원은 FTA 11.1조를 근거로 국민연금공단을 당사국, 곧 국가기관으로 볼 수 있는지 심리한 결과 ▶공단이 정부와 별개의 법인격을 보유했고 ▶기금 운용이 치안, 국방 등 국가 핵심 기능에 해당하지는 않고 ▶공단의 일상적 의사 결정이 정부에 완전 종속되지는 않는 점 등을 근거로 정부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다만, 영국 법원은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의결권 행사에 개입한 부분은 국가기관 행위에 해당한다며 엘리엇 손해와의 인과관계를 근거로 중재판정을 다시 내려야 한다고 했다.

취소 소송 제기를 주도했던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취소소송을 제기한 한동훈에게 배임죄를 물어야 한다’ ‘한동훈이 엘리엇에 이자 대신 물어줄 거냐’며 집요하게 방해했는데, 이제 와서 숟가락 얹는 대신 반성과 성찰하기 바란다”고 적었다.





김성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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