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더블로 간다. 코스피와 코스닥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그야말로 ‘핫’하다. 뛰는 증시에 수익률 극대화를 노리며 레버리지 ETF로 몰려드는 자금이 지수 상승을 견인하면서 한국 증시는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이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가 국내 주식 ETF에 쏟아부은 돈은 13조원에 달한다. 주식 순매수액(6조3000억)의 2배다. 주가지수를 끌어올리는 강력한 힘이다. 시장을 흔드는 건 레버리지 ETF다. 상품 비중은 전체 ETF 자산의 3.7%에 불과하지만, 올해 전체 ETF 거래량의 20%가량을 차지할 정도다.
레버리지 ETF는 고위험 상품이다.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의 변동 폭을 특정 배율로 추종해 수익이나 손실이 나도록 설계됐다. 2배 레버리지 ETF의 경우 지수가 1% 오르면 2% 상승한다. 요즘과 같은 상승장에서는 곱절로 오르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없이 달콤하다. 반대로 하락장에서는 손실도 2배가 된다. 당하게 되면 악몽이 따로 없다.
자칫하면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 있지만 투자자가 불나방처럼 레버리지 ETF를 향해 돌진하는 건 수익률 때문이다. 지난 20일 기준 올해 ETF 수익률 상위권에 레버리지 ETF가 포진했다. 이 기간 수익률 100%를 넘는 상품도 여럿이다. 야수의 심장을 가진 투자자가 몰려들 수밖에 없다.
초보 투자자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에만 16만7000명이 금융투자교육원의 레버리지 ETF 관련 교육을 이수했다. 이는 지난해 이수자(20만5000명)의 81.5%에 달하는 숫자다. 현행 규정상 레버리지 ETF를 거래하려면 해당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지난달 26일에는 신청자가 몰리며 교육원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될 정도였다.
걱정스럽기까지 한 레버리지 ETF 투자 열풍에 경고등을 켠 건 금융당국이 아닌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다. FT는 지난 22일 “코스피와 코스닥 레버리지 ETF 열풍은 지난해 기록적인 한국 주식 투자 기회를 놓친 개미와 미국 주식시장으로 향한 투자금을 한국 시장으로 돌리려는 정부의 합작품”이라고 지적했다.
개미의 포모, 정부의 증시 부양에 고위험 고수익 레버리지 ETF 인기 FT “상품 위험 인지 못했을 수도”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는 ‘포모(FOMO·소외 공포)’에 사로잡혀 리스크 관리보다는 성과를 위해 공격적이며 투기적인 레버리지 ETF를 선호한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분석이다. 개인의 레버리지 ETF 투자를 부추기고 판을 깔아준 건 한국 정부다.
그 배경에는 부동산 대신 증시로 투자를 유도하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 있다. 상법 개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등을 꾀하는 동시에 환율 안정을 위해 서학개미의 국내 증시로의 유턴을 유도하며 ‘국내 시장 복귀 계좌(RIA)’까지 들고 나왔다. 올해 해외 주식을 팔고 그만큼 국내 주식에 1년 이상 장기 투자하면 5000만원 한도로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22%)를 깎아주는 것이다.
이르면 2분기에 도입할 예정인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는 위험 상품에 대한 한국 정부의 관대한 태도를 보여준 사례라고 FT는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국내에도 2배에 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량주를 추종하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승인할 계획이다. 현재는 단일 종목 비중 제한과 최소 편입 종목 규제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출시할 수 없다.
그런 탓에 특정 종목의 수익 극대화를 위한 베팅을 원하는 국내 투자자는 미국과 홍콩 등 해외 증시에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거래해왔다.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와 엔비디아 2배 레버리지 ETF를 사고팔고, 홍콩 증시에 상장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에 투자했다.
해외 증시로의 자금 이탈을 막고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상품을 도입해 투자 기회를 확대하는 건 필요하다. 그럼에도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높은 변동성이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심도 있게 살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FT는 “한국 개인 투자자가 레버리지 ETF 상품에 내재한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지만 정부 관계자는 “해외에서 충분한 거래 경험이 있어 상품의 위험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환율 급등 주범으로 탓할 때는 잊은 듯 이제 ‘유학한 서학 개미’ 덕에 괜찮다는 정부의 태세 전환에 의아할 지경이지만, FT의 우려가 그저 기우이길 빌 뿐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투자자들이 고위험 파생상품인 레버리지 ETF에 투자했다가 입은 손실을 보전해 달라면 판을 깔아줬던 정부는 나몰라라 할 수 있을까. 참고로 홍콩 H 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의 피해 보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