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연습하던 중 ‘무슨 생각을 하면서 스트레칭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짧지만, 많은 것을 함축한 답변이었다.
시시각각 변하기 쉬운 감정이나 잡생각에 휩쓸리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꾸준히 해나가는 것. 진정한 고수의 자세다. 김연아는 나중에 TV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 화제가 된 이 발언에 대해 “즉흥적으로 답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즉흥성은 그냥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 오래 단련한 마인드셋에서 나오는 법이다.
김연아는 “불안, 부담 등의 감정을 애써 회피하거나 맞서 싸우려 하지 않고, ‘그저 받아들이는’ 방식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과정’과 ‘순간’에 집중하는 마음가짐 또한 그의 멘탈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김연아의 마인드셋을 가장 잘 표현한 멘트 “무슨 생각을 해~”가 최근 다시 화제가 됐다. 밀라노 동계 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딴 여고생 최가온이 경기를 앞두고 이 멘트가 담긴 짧은 동영상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부담 갖지 말고 그냥 즐기고 내 런을 잘 성공하자고 생각했다. 내 런만 잘하면 성과도 따라올 거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며, 다른 변수들(부상·실수에 대한 불안, 결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 경쟁자들의 점수)로부터 거리 두기를 하는 마인드셋이 16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또 다시 금메달 신화를 만든 셈이다.
김연아·최가온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진 않지만, 우린 모두 삶이라는 긴 트랙 위에서 외롭고 고된 싸움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김연아의 마인드셋이 우리 삶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난 언젠가부터 거창한 새해 결심이나 계획을 짜는 걸 그만뒀다. 해가 바뀐다고 해서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하거나, 의욕이 갑자기 솟구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해오던 대로 지금 내 앞에 주어진 일을 ‘그냥’ 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이다. 남들의 시선과 기대, 널뛰는 감정과 기분에 휘둘리지 말고 나름 괜찮은 하루, 보통의 하루를 차곡차곡 쌓아가면 된다. 공허한 무한긍정이나 알맹이 없는 자기계발서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그런 위대한 루틴의 힘이 각자의 인생에서 의미 있는 메달을 안겨줄 거라 믿는다. 메달을 못 따면 또 어떤가. 인생은 완주 자체로 성공한 레이스 아니던가. 그래, 그냥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