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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의 시시각각] 민주당에 의한, 민주당을 위한 사법

중앙일보

2026.02.24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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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 중앙SUNDAY 편집국장
지난해 11월 재심 전문인 박준영 변호사를 동료 기자가 만난다고 했을 때 여권의 ‘사법개혁’ ‘검찰개혁’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었다.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재심 무죄가 계기였지만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으로서의 견해도 궁금했다. 그는 말을 아꼈다. 1월부터 달라졌다. 소셜미디어에 연속으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여권 논의와 괴리가 있었다.
진보 진영서도 "숙의하자"는 데
여권 재판소원 등 3법, 강행 돌입
스스로 면책계급되려는 것인가
“내가 하는 재심이 바로 오판을 바로잡는 일이다. 그럼에도 재판소원의 도입에 반대한다. 재판소원은 그 이름이 주는 환상과 달리 사실관계를 한 번 더 다투는 절차가 아니라 기본권의 의미와 효력에 관한 헌법 해석의 오류를 심사하는 절차다. 제도는 ‘한 번 더 기회가 있다’는 메시지를 주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 위에서 작동한다. '희망고문’이란 비판이 나온다.”
“당사자의 권리구제는 사실심(1·2심) 단계에서 실질적으로 완결되는 경우가 많다. 사법 신뢰 회복의 출발점은 상고심의 확장이 아니라 1·2심 재판 지연의 해소·충실화이어야 한다. 혹시 ‘조희대 대법원 희석을 위한 증원’이라는 정치적 목표만 전면에 놓인 것은 아닌지 답답함을 지울 수 없다.”
“법왜곡죄로 처벌하는 것이 마땅해 보이는 사례들을 누구보다 많이 목격해 온 사람이지만 법왜곡죄 신설엔 반대한다. 개념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그 모호함은 필연적으로 남용의 위험을 낳으며 결국 사법 기능 전반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오늘은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내일은 소수자와 반대자를 옥죄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그만 하는 말은 아니다. 실로 오랜만에 공론의 장에 공론이 형성됐다. 참여연대나 민변도 “숙의하자”고 말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는다. ‘검찰개혁’을 앞세워 검찰을 해체한 이들은 25일쯤부터 사법부를 혼돈으로 모는 법안 처리에 돌입한다. 일방적으로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데 이 중 22명의 임명장을 이재명 대통령이 주도록 했다. 재판소원을 도입해 헌법재판소가 대법원 판결을 뒤집고, 법왜곡죄로 사법부를 압박할 길도 연다. 앞서 민주당은 경찰·중대범죄수사청·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난맥 체제를 만들어냈다. ‘최대 수혜자’인 경찰은 이미 권력 앞에서 왜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권에선 “자신(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벗으려고 국가 사법 제도를 다 헤집고 망가뜨리고 있다”(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고 말한다. 대통령 수사 검사들이 좌천되고 100여 명의 여당 의원이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까지 하는 것을 보면 딱히 부인하기 어렵다. 사실 이론적으로 가능한 방어막은 다 친 상태이긴 하다. 기소된 건 취소토록 하고 수사 검사들을 재판정에 못 오게 해 재판 진행을 어렵게 하고 판사를 압박한다. 헌법재판소(재판소원)에서 4심 기회도 얻는다. 이 정도의 정교함과 집요함을 연금·노동개혁에 쏟았더라면….
그러나 의문도 든다. 대통령 한 명을 위해서인가, 여권 전체가 혜택을 보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대장동·위례신도시 사건이나 서해 공무원 피살 은폐 사건, 송영길 사건 등에서 민주당 인사들의 ‘법적 사슬’이 족족 풀리고 있다. 항소심까지 유죄가 인정돼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은 대통령 측근이 전국 순회 북콘서트를 열고 있다. 상식적인가. 이런 게 쉬이 바로잡히지도 않을 것이다. 유권자 구성상 민주당이 국회 다수 당 지위를 놓칠 가능성이 작고, 민주당 덕에 사실상 '최고 법원'이 된 헌재가 이념 구성상 위헌 결정을 할 것 같지도 않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 면책의 특수계급이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겠다. 법적 단죄를 피할 수 있는 이들 말이다. 이들로 인해 많은 사람이 수사∙재판 지연으로 고통받고 있고, 앞으론 더 받게 될 수 있다. 박 변호사가 “국민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 때까지 결코 멈출 수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는데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고정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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