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 간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24일 “선관위 방탄을 위한 날치기 입법”이라며 “검찰과 사법부 장악을 시도한 여권이 선관위까지 주무르려 한다”고 개정안의 일부 조항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이 이날 문제로 지목한 조항은 개정안 보칙에 포함된 제85조(국민투표범죄의 조사)와 제96조(국민투표자유방해죄)다. 선관위원이나 선관위 직원들에게 선거 관련 범죄 혐의와 관련해 조사권과 자료를 제출받을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선관위 직원들이 범죄가 의심되는 장소에 출입하거나, 증거인멸 우려 시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범죄 혐의자에 대해선 선관위에 출석을 요구할 수 있는 조항도 신설됐다.
개정안에는 또 선관위 선거 업무와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포할 경우 최대 징역 10년까지 처벌할 수 있는 내용(96조 1항 4호)도 담겼다. 야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선관위 부정선거’ 주장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관위 권한을 확대하고 자기들 입맛에 맞도록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 국민의 비판을 ‘입틀막’하기 위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가족 취업 특혜나 근무 기강 해이, 소쿠리 투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잡혀간다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들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가 영장도 없이 마음대로 증거 조사와 압수수색, 압수물을 수거하는 조항이 생겼다”며 “선관위를 수퍼 갑으로 만드는 법을 만든 것”이라고 반발했다.
당초 민주당은 “혹시 열릴 개헌에 최소한의 대비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요청에 따라 국민투표법 개정을 추진했다. 재외국민 투표권을 복원하고, 19세에서 18세로 투표 연령을 인하하는 한편 사전투표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이 개정안에 담겼다.
하지만 투표권자 규정과 무관한 선관위 관련 내용이 개정안에 포함된 데 대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국회 행안위 심사에 불참해놓고 이제 와 뒤늦게 해당 조항을 문제 삼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행안위원은 통화에서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는 개정안은 지난해 9월 25일 권칠승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내용”이라며 “국민의힘이 무려 5개월 동안 해당 조문을 읽어보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오늘 드러났다”고 했다.
속기록에 따르면 행안위는 지난해 11월 26일 2소위에서 국민투표법을 논의했다. 당시 소위원장인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회의를 주재했지만, 서 의원은 24일 “민주당이 군사작전 하듯이 (행안위에서) 30분 만에 개정안을 의결했다”며 “독소조항을 슬그머니 끼워넣기 위한 작업”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르면 내달 1일 임시국회에서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이 게임의 ‘심판’ 격인 선관위 권한을 입맛대로 키우는 데 대한 우려가 제기되지만, 법안 수정 여지는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관위에 조사 권한 등을 부여한 85조 역시 현행 공직선거법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국민투표법에 준용한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부정선거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