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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생 걸린 행정통합인데 선거 계산속만 드러낸 여야

중앙일보

2026.02.24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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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균형발전을 목표로 이재명 정부가 강도 높게 추진하는 광역자치단체의 행정통합이 입법 과정에서 졸속과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여야가 행정통합의 본래 취지보다 정치적 계산속에 골몰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광주·전남 통합 특별법안만 의결한 것도 여야가 무책임한 공방만 벌이다 나온 어설픈 결과물이었다.

대전·충남과 대구·경북 통합법안이 법사위에서 보류된 이유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또는 시·도 의회의 반대 때문이라고 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밀어붙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행정통합의 방향에는 동의한다면서 진전된 게 하나도 없이 허무한 공방만 벌인 것이다. 해당 지역의 고민과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정치의 역할과 의무를 방기한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정작 여야는 상대방의 잘못을 부각하는 데에만 총력을 쏟았다.

행정통합은 통합특별시에 서울에 준하는 위상을 부여하고 재정 지원과 교육·행정 등의 자치권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국민은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을 위해 수십조원의 예산 투입도 감행하겠다는 정부의 드라이브를 지켜보고 있다. 여야의 공방은 그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해당 지역 유권자는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 광역단체장을 뽑게 될지, 아니면 예전대로 투표하게 될지 모르는 혼란에 직면하게 됐다.

가장 큰 책임은 여야의 무능한 리더십에 있다. 그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행정통합 특별법은 여야 합의가 중요하다”고 했지만, 이후 어떠한 노력도 보여주지 않았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진정성이 없다”며 회담을 거절했다. 장 대표도 지난 정부에서 국민의힘이 먼저 추진한 대전·충남 통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보여준 것은 없다. 여당 대표를 만날 기회가 생겼으면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합리적 대안을 찾아야 했다. 이런 가운데 법사위를 통과한 광주·전남 행정통합법안은 얼마나 허술할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정부는 ‘선 통합 후 보완’ 방식으로 행정통합에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지만, 선거를 앞두고 이렇게 전광석화처럼 해치울 일인지 의문이다. “팥 없는 붕어빵”(박형준 부산시장)이란 비난을 면하려면 여야 모두 주민의 입장에 서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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