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8·2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변에 했던 말이다. 2004년 초선이 된 이후 20년 넘게 ‘비주류ㆍ언더독ㆍ아웃사이더’로 불려온 정 대표는 167석 거대 여당의 대표가 되는 과정에서도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는 받지 못했다. 승리 확정 후 기념촬영을 위해 무대 뒤에 모인 의원은 12명이 전부였다.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박찬대 후보가 의원 세를 결집하는 공중전에 집중한 반면, 정 대표는 당원을 상대로 한 지상전에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다.
“나는 대표랑 단둘이서! 전국 시장 순회를 다녔당께.”
“아유, 내가 정청래 한다(돕는다)는 걸 알고 저짝(박찬대 캠프)에서 얼마나 섭섭해하던지….”
“한동안 상임위 모임도 못 갔어 나는. 허허.”
그래서 정 대표를 도운 ‘찐청’ 소수정예 의원단의 전당대회 승리 뒷풀이 자리는 특별했다. 공포의 외인구단 우승 소감이 이랬을까. 그간 참았던 마음고생이 곳곳에서 묻어나왔다. 세를 겨루고 표를 거두는 정치판에서 동지 없는 승리란 상상하기 힘든 법이다. ‘모두까기’와 ‘외로운 늑대’의 길을 걸어온 정 대표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곡절 끝에 정청래와 한배를 탄 찐청 사단의 속성이 뭐냐는 질문에 한 친청계 의원은
“박찬대 캠프가 동맹이라면, 정청래 캠프는 혈맹”이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그중에서도 김영환(정무실장)ㆍ박수현(수석대변인)ㆍ문정복(최고위원)ㆍ임오경(민원정책실장)ㆍ조승래(사무총장)ㆍ한민수(비서실장) 의원을 진정한 찐청으로 꼽았다.
지난달 22일 정 대표가 느닷없이 조국혁신당과의 통합을 제안했을 때도, 지난 23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게 “우리 모두 고향이 충남”이라며 행정통합 원샷 담판을 제안했을 때도 이들은 미리 알고 있었다. 지도부 내 반청파 인사는 “정 대표가 기자회견 직전 회의에서 혁신당과의 통합 얘기를 처음 꺼냈을 때 우리는 화들짝 놀랐지만, 정 대표와 가까운 문정복 최고위원과 3실장은 다 알고 있었다는 듯 평온하더라”고 말했다. 장 대표와 회담 제안 문제를 전날 함께 상의한 대상도 조승래 사무총장과 박수현 수석대변인 둘이었다.
조 총장과 박 대변인은 정 대표와 충청 지역 의원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정 대표의 연임은 오는 6ㆍ3 지방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 사무총장과 수석대변인은 선거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주요 보직인데, 정 대표가 이렇다 할 인연이 없는 두 충청 의원에게 핵심 당직을 맡긴 배경을 두고 여권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 상중이던 지난달 29일 반청파 이언주 의원과 한 국무위원 간 문자가 논란이 됐을 때, 6인 중 한 사람은 “(김민석 총리와 정 대표 중에) 결국 누가 이기는지 지켜보라. 저렇게 해서 되는지 보자”는 호전적 반응을 보였다. 정청래 대표 본인은 8월 전당대회 도전 여부와 관련해 분명한 말을 삼가고 있지만 이들은 이미 전투 모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