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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년전 동학혁명도 유공자로? 정청래 지도부, 토론회 총출동

중앙일보

2026.02.24 12:00 2026.02.24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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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동학서훈 입법 국회 공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동학(東學) 서훈 드라이브에 힘을 싣고 있다. 2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동학 서훈 입법 토론회’에는 정청래 대표와 박수현 수석대변인을 비롯해 임오경·민형배·윤준병·안호영·이원택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 다수와 김관영 전북도지사 등이 대거 참석했다.

동학(東學)은 1860년 최제우가 창시한 민족 종교다. 서학(西學·천주교)에 맞서 인내천(人乃天·사람이 곧 하늘) 사상을 바탕으로 반봉건·반외세, 만민평등을 주장해 1894년 동학농민혁명으로 이어졌다.

정 대표는 축사에서 “독립운동 정신과 민주주의 정신이 함께 움튼 동학농민운동은 한국 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라며 “아직도 동학농민운동에 대한 제대로 된 국가 예우인 서훈이 없다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헌법 전문에 5.18 (정신만) 수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뿌리인 ‘동학의 정신’도 수록해야 한다”며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은 후손들이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우원식 국회의장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도 축사를 보내 힘을 보탰다.

이날 행사는 동학농민혁명 2차 봉기 참여자에 대한 서훈 부여의 정당성을 주제로 한 신영우 충북대 명예교수의 발제로 시작됐다. 패널도 이윤영 동학혁명기념관 관장과 성주현 경희대 교수 등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가족 지원을 위한 독립유공자법 개정 필요성에 찬성하는 인물들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현행 독립유공자법 상 ‘독립운동’의 범위를 1894년 9월 2차 동학농민혁명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입을 모았다. 전라도 고부(현 정읍) 수탈에 반발해 일어난 1차 봉기(1894년 1~5월)와 달리, 2차 봉기(1894년 9~11월)는 왜군 축출을 내세운 항일·독립운동의 성격이 뚜렷한 만큼 서훈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게 이들 주장의 핵심 논리다. 현재 정부는 1896년 을미의병까지를 ‘독립운동’으로 인정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동학서훈 입법 국회 공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축사에서 “정 대표가 (동학 서훈)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 대표는 주요 당 행사에서 동학혁명을 한국 민주주의의 뿌리이자 출발점으로 강조해왔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가 당 중앙위원회에서 가결됐을 당시에도 이를 동학혁명에 비유하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출발은 1894년 동학 농민이었다. 1인 1표제가 시행돼 당내 계파가 해체되고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가 과거 원내 비주류로 활동하며 당원들과 직접 소통해온 만큼, ‘아래로부터의 혁명’인 동학혁명에 일체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역구에 동학 농민군과 일본군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우금치(공주시 금학동 일대)가 있는 박 수석대변인도 당내 대표적인 동학 서훈론자다.

하지만 동학혁명 서훈 주장이 “과도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동학혁명이 우리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인 것은 분명하지만,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 사건까지 서훈 대상으로 포함할 경우 기준이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농민들이 주축이었던 동학의 특성상 실제 참여자들의 범위를 문헌 자료로 확인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도 “동학의 정신은 계승해야 하지만 실제로 서훈과 보상은 별개의 현실적 문제”라며 “큰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2023년 윤석열 정부 당시 민주당이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추진하자, 국가보훈부는 “학계 다수도 동학 2차 봉기를 독립유공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독립유공자 서훈 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을 냈었다. 야권 관계자는 “동학혁명 서훈을 주장하는 의원들 상당수가 동학혁명 발원지인 전북에 지역구로 두고 있는 점이 우연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윤준병 의원 등이 지난해 7월 동학혁명 참여자를 독립유공자로 인정하는 독립유공자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해당 법안은 현재 정무위원회 소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당 대표가 직접 토론회에 참석한 만큼 법안 논의에 탄력이 붙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태인.이찬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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