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아아아~~’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수도권119특수구조대 모의 화재 훈련장. 119 마크를 단 장갑차 형태의 무인소방로봇이 굵은 물줄기를 시원하게 뿜어냈다. 크기가 경차만 한 로봇은 여섯 개의 바퀴로 앞뒤로 오가며 분사구(노즐) 각도를 조절해 발화 지점을 정확하게 조준했다. 분사 형태도 직사와 방사를 오가며 현장 상황에 맞게 효율적으로 대응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소방청과 함께 개발한 무인소방로봇은 사람이 직접 탑승하지 않고 원격 조종으로 움직인다. 최대 시속 50㎞까지 달리며 연기가 자욱한 지역에서도 물체 식별이 가능해 소방관보다 먼저 위험한 화재 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 개발에 참여한 임팔순 소방경은 “소방관에게 현장은 늘 두려움과 싸우는 사선(死線)”이라며 “무인소방로봇은 든든한 동료이자 함께 현장에 참여하는 직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소방청에 무인소방로봇 4대를 공식기증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중 2대는 소방청 요청에 따라 이미 수도권과 영남 119특수구조대에 1대씩 배치됐고, 나머지 2대는 다음 달 초 경기 남부와 충남 소방본부에 1대씩 추가 배치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4일 열린 기증식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망설임없이 사투의 현장으로 뛰어드는 소방관분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일깨워 준다”며 “현대차그룹의 핵심 기술을 집약한 무인소방로봇은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라는 우리 공동의 목표를 구현한 새로운 모빌리티”라고 밝혔다. 이어 “이 로봇이 위험한 현장에 한발 먼저 투입돼 소방관분들의 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팀원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무인소방로봇의 뼈대는 방산 로봇이다. 현대차그룹 방산 계열사인 현대로템이 개발한 전동화 다목적 무인차량 ‘HR-세르파’에 ▶방수포 ▶자체 분무 시스템▶시야 개선 카메라 ▶원격 제어기 등을 화재 진압 장비를 탑재해 개발했다. 최대 50m까지 방수가 가능하고, 주변 온도 섭씨 800도 환경에서도 자체 분무를 통해 차체를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대당 가격은 약 20억원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야 개선 카메라는 현장 소방관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됐다. 사람이라면 자신의 손조차 보이지 않는 농연(짙은 연기) 수치 85% 환경에서도 무인소방로봇은 최대 17m 거리까지 대상체를 식별할 수 있다. 국립소방연구원 이지향 연구사는 “연기 속에서 시야가 확보되지 못하면 베테랑 소방관도 당황하기 쉬운데, 무인소방로봇은 내부 구조물과 구조 대상자를 식별하며 소방관의 눈이 되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실전도 치렀다. 앞서 기증된 무인소방로봇 2대는 지난달 충북 음성에서 발생한 생활용품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 처음 투입됐다. 이들 로봇은 초진 뒤 내부 연기와 열기로 소방관이 투입하기 어려운 환경에 들어가 화재 진압과 건물 내부 인명 수색 작업을 수행했다.
현대차와 소방청은 향후 무인소방로봇 100대를 현장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앞으론 기증이 아닌 공급 계약을 맺는 형태로 보급할 예정이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향후 3년 동안 50여대 정도 투입하고, 이후 100대까지 투입할 예정”이라며 “매년 4~5명의 소방관이 순직하는데, 무인 로봇을 투입하면 대원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 소방관들의 의견을 반영해 기술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