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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밟힌 채 숨졌다…어린이보호구역서 13세 비극, 무슨 일

중앙일보

2026.02.24 17:43 2026.02.2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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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 아파트단지 상가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버스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해 숨진 오시후(13)군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 영정 앞에는 시후군이 평소 좋아했던 에너지음료와 축구공 등이 올려져 있다. 사진 오석경씨
마른 하늘에 날벼락. 바로 이런 때를 두고 하는 말일까. 오석경(40)씨는 지난 13일 밤 현관문을 쾅쾅 두드리던 소리가 아직도 귓전을 울린다. 아내와 함께 집에서 쉬고 있던 오씨는 현관문 바깥에서 다급하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다.

“시후가 다쳤어요! 구급차 타고 갔어요!” 오씨의 아들 시후(13)군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실려 갔다는 소식을 아들 친구가 전하는 목소리였다. 아들이 다쳤다는 말에 맨발로 뛰쳐나간 오씨 부부. 집에서 100여m 떨어진 도로에 도착했지만 아들은 이미 후송된 뒤였고, 도로 위엔 핏자국만 보였다.

시후군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이날 오후 9시40분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 아파트단지 상가 앞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시후군을 25인승 버스가 뒤에서 들이받았다. 버스는 멈추지 않고 시후군을 밟고 지나 약 5m를 더 전진한 뒤에야 멈췄다. 시후군이 사고를 당한 곳은 어린이보호구역이었다.
지난 13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 아파트단지 상가 앞 어린이보호구역에 오시후(13)군이 버스에 치여 흘린 핏자국이 남아 있다. 주변으로 불법 주차된 차량들이 보인다. 사진 오석경씨

오씨가 병원으로 달려갔을 때 이미 시후군은 세상을 떠난 뒤였다. 사인은 두부 손상. 오씨는 “이미 시후의 얼굴에 흰 천이 덮여 있는 것을 보고 억장이 무너졌다”며 “의사는 시후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심정지 상태였고 구급차에서도 계속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왔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시후군의 꿈도 그렇게 멈췄다.

시후군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새 학기부터 중학교에 다닐 예정이었다. 오씨는 “시후가 학교에 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포장도 뜯지 않은 교복을 어루만졌다. 오씨 부부는 외동아들을 잃은 충격에 직장도 그만뒀다.

갑작스럽게 아들을 떠나보낸 오씨의 일상은 혼란에 휩싸였다. 아들이 어떻게 사고를 당했는지, 누가 아들을 치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사고 현장은 어린이보호구역이었지만 폐쇄회로TV(CCTV)는커녕 과속카메라와 과속방지턱도 없었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버스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해 숨진 오시후(13)군이 졸업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오석경씨

사고 당일 오후 11시쯤 경황이 없는 상태로 경찰에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간 오씨는 그제서야 사고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가해 차량 블랙박스 화면이었다.

오씨에 따르면 시후군은 편도 3차로 도로 2차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었다. 가장 바깥 차로인 3차로는 불법 주차 차량으로 막혀 있었다. 그러다 시후군은 도로로 진입하려고 하는 불법 주차 차량을 피해 1차로로 넘어갔다.

오씨는 “아들이 불법 주차 차량 사이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도 아니고 운전자가 멀리서부터 충분히 아들을 볼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운전자가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한 탓인지 아들을 뒤에서 그대로 치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버스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해 숨진 오시후(13)군이 중학교에서 입기 위해 구입해 둔 교복 모습. 일부는 포장도 뜯지 않은 상태다. 사진 오석경씨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뒤로 미루고, 오씨는 아들의 장례식을 치러야만 했다. 지난 16일까지 치러진 장례식에는 지인과 시후군의 친구 100여 명이 찾아왔다. 하지만 가해 차량 운전자를 비롯한 관련자들은 한 명도 장례식을 찾지 않았다.

사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 연락도 없는 점을 의아하게 여긴 오씨는 지난 20일 직접 포항북부경찰서를 찾아갔고, 아직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씨는 “경찰이 도로교통공단에 교통 사고 관련 감정 신청도 하지 않았고 감정 기간은 통상 3개월이나 걸린다고 해 답답함을 느꼈다”고 했다.

이에 포항북부경찰서 관계자는 “관련 자료를 준비하고 절차를 거쳐 감정 신청을 하기 때문에 시일이 다소 걸렸다. 게다가 사고 직후 설 연휴가 시작돼 좀 더 늦어졌다. 지금은 감정 신청을 마친 상태”라며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사망사고인 만큼 최선을 다해 수사에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장례식을 치른 뒤인 지난 20일 가해 차량 운전자가 소속된 전세버스공제조합에서 오씨에게 연락을 해왔다. 오씨는 “조합 보상팀 측에서 장례식은 치렀는지 등을 묻고 ‘가해 차량 운전자가 경황이 없다’는 말을 하더라”며 “하루 아침에 자식을 잃은 부모 앞에서 경황 운운하니 어이가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13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버스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해 숨진 오시후(13)군의 가족 사진. 사진 오석경씨

가해 차량 운전자가 연락도 없고, 경찰도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으니 결국 오씨는 스스로 ‘탐문’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주민이 사고 당시 찍은 사진을 보여줬고, 사진을 통해 사고 차량이 한 업체의 통근버스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업체로 찾아갔더니 “통근버스는 우리와 관련이 없으니 버스 운영 회사로 가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사고 발생 약 열흘째. 오씨는 아들의 죽음 앞에서 한탄만 거듭하고 있다. 그는 “운전자가 조금만 더 느리게 운전을 했더라면, 운전자가 조금만 더 집중하고 있었더라면, 길가에 불법 주차만 없었더라면 이런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고 했다.

오씨는 “도로교통공단의 감정이 통상 3개월이나 걸린다고 하는데 이보다 신속한 절차가 우선이어야 하고 동시에 가해자와 피해자 어느 한 쪽에 편향되지 않은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나아가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주차 근절 등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정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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