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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전례없는 입법"…'입틀막 논란 선관위법' 국회보고서 보니

중앙일보

2026.02.2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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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앞)이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전남광주 통합법' 및 국민토표법 개정안을 여당 주도로 처리한 뒤 의사봉을 두드려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입법.”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 강행 처리를 준비중인 국민투표법 개정안 중 선거관리와 관련된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형사처벌을 하는 조항에 대해 국회 사무처도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처벌 방식이 국가보안법과 5·18민주화운동법의 명시된 허위사실 유포죄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해당 개정안에는 국민투표 과정에서 선관위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신뢰 훼손을 목적으로 사전투표·국민투표 및 개표에 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경우 최대 징역 10년(국민투표자유방해죄)에 처하도록 한 조항이 담겨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선관위가 자기들 입맛에 맞도록 일을 처리하게 만들기 위해 국민의 비판을 ‘입틀막’하는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일방 처리하기 전날인 지난 23일 국회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이 작성한 '체계자구검토보고서'는 이 조항에 대해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외에 행정기관의 업무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행위를 처벌하는 입법례는 찾기 어려우며, 공직선거법에도 유사 입법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법원 판례상으로도 국가기관은 국민의 감시 및 비판의 대상이기에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의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후 회동장을 나서는 모습. 송 대표는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국민 입틀막 법"이라 비판하고 있다. 뉴스1
보고서는 또한 법안 취지에 대해 “유언비어나 허위정보로 헌법개정이라는 국가적 중대사안의 결정 과정에 혼란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허위사실 표현도 표현의 자유 보호를 받는다”고 밝혔다.

해당 처벌 조항은 애초 부정선거 음모론자를 처벌하려 발의했던 공직선거법 개정안에서 따왔다는 것이 여권의 설명이다. 관련 처벌 조항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지난해 1월부터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및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발의하며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관련 법안을 검토해 지난해 7월 발행한 행정안전위원회 전문위원 보고서에도 “허위사실을 유포해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가한 행위에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법률은 있어도 허위사실 유포 자체에 형사 책임을 부과하는 법률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안위 보고서엔 허위사실 유포 자체를 처벌하는 법률은 국가보안법과 5·18 민주화운동법 정도라 지적하며 “선거에 관한 허위사실 유포행위를 처벌할지는 부정선거 음모론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유해성과 형사처벌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부정선거 음모론 유포행위를 처벌하자는 건 선관위의 숙원 사업이었다. 선관위는 지난 2024년 12월 관련 법 개정 추진을 내부적으로 논의했으나, 당시 민주당에서 카카오톡 검열 논란이 터지며 한동안 보류했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현재 법 조항으로는 부정선거론자들을 고소·고발해도 선관위가 허위사실 유포의 피해자인 구조다보니 처벌이 어려워 신규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안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선관위는 국민투표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선관위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처벌의 필요성을 지속해서 피력해왔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기에 더 자유로운 토론이 오가야 한다”며 “부정 선거론자들은 처벌이 아닌 공론장에서 자연스레 퇴출당할 수 있고,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박태인.오소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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