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13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일을 돕던 A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하 경칭 생략) 당시 최고의 이슈메이커 윤석열이 다른 언론과 먼저 인터뷰한 데 대해 기자가 투덜거린 직후였다.
" 그래요? 인터뷰를 언제 할까요? "
속전속결이었다.
" 내일쯤이 어떨까요? "
놀란 기자가 되물었다.
" 내일 곧바로 말입니까? 주제는요? "
A의 입에서 나온 건 의외의 단어였다.
" 외교·안보 이슈로 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
윤석열과 외교·안보? 뭔가 어색했다. 27년간 검사 생활만 한 윤석열에게 그 분야는 ‘빈칸’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가 인터뷰에 할애할 수 있었던 시간도 빠듯했다.
‘브레인’의 도움과 사전 정지 작업이 필요했다. 논의 결과 전문적인 외교·안보 이슈는 사실상의 예비 캠프에서 윤석열을 돕던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서면 인터뷰 형태로 정리해주기로 했다. 윤석열과의 대면 인터뷰에선 이를 포함해 당시 유권자가 궁금해하던 모든 이슈를 다 물어보는 것으로 정리됐다. 물론 서면 인터뷰 내용 역시 윤석열의 최종 승인을 받아 배포된 공식 입장이었다.
그렇게 해서 7월 14일 오후 2시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 건물 11층에서 윤석열과의 대면 인터뷰가 진행됐다.
Q : 외교·안보 분야는 잘 모르시죠?
A : 외교나 정치학 교수가 신문에 칼럼 쓰면 열심히 보는 편이긴 하죠.
이렇게 시작한 인터뷰는 1시간여에 걸쳐 이어졌다. 하지만 새롭거나 제목으로 뽑을 만한 내용이 많지 않았다. 고심하던 기자는 앞서 받은 서면 인터뷰 자료를 다시 뒤적거리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내용을 발견했다.
Q : 중국은 보복까지 언급하며,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철수를 요구하는데?
A : 우선 사드 배치는 중국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명백히 우리의 주권적 영역이다. 사드는 북핵 및 미사일 대응을 위한 방어용 장비다. 중국이 레이더를 문제 삼는데, 조기경보용이 아닌 미사일 요격용이다. 그런데도 중국이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려면 자국 국경 인근에 배치한 장거리 레이더를 먼저 철수해야 한다.
한 마디로 집권 시 중국에 대해 할 말은 하는 ‘수평적 한중 관계’를 만들겠다는 선언이었다. “중국 눈치를 보면서 할 말을 제대로 못 한다”고 비판받던 문재인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입장이었다. 충분히 주목할 만했고 기사 가치가 있었다.
그걸 앞세워 작성한 기사는 당일 오후 7시쯤 중앙일보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윤석열, 中 향해 “사드 문제 삼으려면 레이더 철수 먼저”〉라는 제목으로 보도됐다.
기사가 나간 지 10여분쯤 됐을까. 기자의 휴대폰이 울렸다. 윤석열이었다. “기사 잘 봤다. 인터뷰하느라 고생했다”는 덕담을 예상한 채 가벼운 마음으로 휴대폰을 귀에 댄 순간, 기자는 깜짝 놀랐다. 거기서 나온 건 귀청이 터질 정도의 고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