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안이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보류되면서 대구시와 경북도가 당혹감에 빠졌다. 특별법안이 무리 없이 법사위를 통과해 이달 중 본회의에서 의결될 것으로 보고 관련 절차를 준비 중이던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에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법사위는 대구·경북과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안은 보류 처리하고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안만 통과시켰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대전·충남은 시민 찬성 여론이 높지 않고 대구시의회가 (대구·경북) 통합 추진을 말아 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두 지역의 행정통합 특별법안을 보류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대구시의회는 법사위 심사 전날인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졸속적인 대구·경북 행정통합 강행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시의회는 “2024년 12월 대구시의회가 통합에 동의한 것은 중앙 권한의 실질적 이양 등의 담보를 전제한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 추진되는 통합특별법 수정안은 취지와 방향이 현저히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통합특별시에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을 부여하고 이에 따른 국가의 재정 지원과 교육자치 등에 대한 특례를 부여하는 행정통합 특별법안 통과가 보류되면서 지역 사회에서는 실망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인선 국민의힘 대구시당위원장은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안) 본회의 상정 불발은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기회를 놓친 일이다. 이 정부는 끝까지 책임 있는 조정자 역할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북도의회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500만 대구·경북 시·도민의 열망에 좌절을 안겨줬고 대구·경북의 목소리를 외면한 것으로 시·도민들에게 깊은 박탈감과 상실감을 안겨준 것”이라고 했다.
오는 6·3 지방선거에 대구·경북 지역 단체장에 출마한 예비후보들도 일제히 저마다의 주장을 펼치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경환 경북지사 예비후보는 긴급 성명서를 통해 “졸속 통합에 대한 500만 시·도민의 깊은 우려와 시·도의원들의 정당한 반대가 마침내 국회에서 증명됐다”며 “이철우 경북지사는 시·도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불출마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강덕 경북지사 예비후보도 “이재명 정부와 경북지사가 무리하게 행정통합을 추진할 당시부터 줄곧 반대입장을 표명했다”며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안은 전남·광주에 비해 참혹하고 참담한 수준으로 특례규정 전체를 비교해도 졸속 추진했는지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김재원 경북지사 예비후보는 “이 지사에 의해 대구·경북 행정통합 주장이 제기될 때부터 경북 중심의 행정통합, 경북 북부권을 배려하는 통합, 주민투표 등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이제 행정통합의 광풍은 허풍으로 끝났다”고 했다.
반면 대구시장에 출마한 주호영 의원은 “국회 법사위의 결정은 대구·경북의 자존심을 짓밟고, 대한민국 균형 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폭거”라며 “민주당의 오만한 칼춤에 빌미를 제공한 것은 누구냐”고 날을 세웠다.
일각에서는 이번 임시국회 회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막판 설득을 통해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안 통과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법은 특정 정당의 법이 아니라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국가적 책무다. 전남과 경북은 소멸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고, 대구와 광주는 1인당 지역총생산이 꼴찌 수준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며 “지역의 생존 앞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쟁으로 멈출 시간이 없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설득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시의 경우 공식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정치권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분위기다. 대구시 관계자는 “남은 국회 회기 기간 법사위가 다시 열려 행정통합 관련 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