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연설 내내 초청객 사연 소개하며 '마가' 정당성 부각
불법이민 범죄자 피해가족도 여럿 초청…강경단속 부정여론 반전 시도
트럼프, '46년만의 金' 하키팀 집중 조명하며 '마가 부흥회'
국정연설 내내 초청객 사연 소개하며 '마가' 정당성 부각
불법이민 범죄자 피해가족도 여럿 초청…강경단속 부정여론 반전 시도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밤 미국 의회에서 행한 집권 2기 첫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 address)에서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보수적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들을 대거 초청해 그가 추진해온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행보의 정당성을 부각했다.
강도 높은 이민자 단속 정책의 정당성을 부각하고자 범죄 피해자 가족들을 여럿 초청했고, 감세 정책이 미국 국민들에 실제로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경제 정책 수혜자들의 사연을 일일이 소개하기도 했다.
초청된 인사들의 사연은 연설 내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의제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소개됐고, 공화당 의원들은 매번 기립 박수로 이에 화답했다.
이날 초청객 중 가장 눈길을 끈 이들은 22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결승전 상대인 캐나다를 꺾고 46년 만에 이 종목(남자 아이스하키) 금메달을 획득한 남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선수들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도중 하키 국가대표팀에게 들어오라고 외치자 선수들이 기자석 통로 계단으로 금메달을 들어 올리며 줄지어 등장했고, 야당 의원들까지 모두 기립해 열광적인 박수와 환호로 선수단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승전에서 대활약을 펼친 골키퍼 코너 헬레벅에게 민간인 최고 훈장인 '대통령 자유 메달'을 수여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금메달 획득 후 급작스레 결정된 아이스하키 선수단의 초청은 애국심을 고취하고 "지금이 바로 미국의 황금시대"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강화하는 데 활용됐다.
이어 영웅적인 행동을 한 이들과 보수적 가치를 부각하는 이들도 초청돼 트럼프 대통령의 소개를 받았다.
지난해 7월 텍사스주 홍수 당시 활약한 미 해안경비대(USCG) 구조 수영요원인 스콧 러스칸은 현장에서 공로훈장이 수여되기도 했다.
작년 9월 암살된 청년 우익 활동가 고(故) 찰리 커크의 배우자 에리카 커크도 초청돼 현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봤다.
불법 이민자로부터 범죄 피해를 입은 이들과 유가족도 여럿 초청받았다.
불법 이민자가 몬 트럭에 교통사고를 당해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델리아 콜먼(7)은 부친과 함께 의사당에 초청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콜먼을 소개하며 불법 이민자에게 상업용 차량 면허 발급을 금지하는 내용의 '델리아법' 통과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국경 개방과 관대한 범죄자 석방 정책으로 이들 가족이 피해를 봤다는 점을 부각했다.
지난달 미네소타주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의 총격에 미국 시민권자 2명이 숨진 사태 이후 무리한 이민 단속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진 가운데 강력한 이민자 단속 정책의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8월 노스캐롤라이나주 열차 안에서 흉기에 찔려 사망한 우크라이나 출신 여성 이리나 자루츠카(당시 23세)의 모친도 이날 초청객 명단에 포함됐다.
살해 장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널리 퍼진 가운데 용의자가 14차례 체포 전력이 있는 데다 정신질환을 가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사회에 공분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루츠카가 흉악한 상습 범죄자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며 모친을 향해 "당신의 훌륭한 딸을 위해 정의를 실현하겠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 등 핵심 경제정책의 수혜자 사례를 소개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중장비 운전기사 남편을 둔 메건 헴하우저는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트럼프 행정부 감세 정책의 수혜를 입은 산 증인으로 소개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건은 낮에는 두 자녀를 가정교육하고, 남편이 초과근무를 하는 동안 밤에는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한다"며 "팁 비과세, 초과근무 비과세, 아동 세액공제 확대 덕분에 이들 부부는 올해만 5천 달러 이상의 추가 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에 반대하는 트럼프 행정부 기조를 옹호하기 위한 초청객들도 소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청석의 세이지 블레어와 그의 모친을 소개하며 "2021년 세이지가 14세일 때 버지니아주의 학교 관계자들이 그녀를 다른 성별로 전환시키려 했다"면서 "그녀는 오랜 시간 끔찍한 고통을 겪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주(州)도 부모의 품에서 아이를 빼앗아 부모의 의지에 반해 다른 성별로 전환시키는 것이 허용돼선 안 된다"라며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성소수자 권익 증진을 위해 추진한 정책의 폐기를 촉구했다.
한편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경제 정책을 비판하기 위한 상징적 인사들을 초청해 맞불을 놨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소말리아계 이민자 출신인 민주당 소속 일한 오마르 연방 하원의원(미네소타)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지역 인사 4명을 초청했다.
차량 창문을 깨고 들어온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에 의해 차에서 끌려 나오는 영상이 화제가 된 알리야 라만, 미국 시민임에도 ICE 요원들에게 체포됐던 무바시르 후센 등이 포함됐다.
헤이수스 가르시아 하원의원(민주·일리노이)은 국경순찰 요원에게 다섯 발의 총격을 당한 시카고 여성 마리마르 마르티네스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뉴욕)는 지난해 5월 ICE 시설에 구금된 첫 뉴욕시 공립학교 학생인 베네수엘라 출신 남성 딜런 로페스 콘트레라스의 어머니 라이자 콘트레라스를 각각 초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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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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