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차를 맞이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소모전 양상을 더욱 굳히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전선에서 드론으로 버티기에 들어갔고, 협상장 밖에선 타협 불가를 외치며 여론전을 이어가는 구도다. 그 사이 양측 전사자 합계가 올해 50만 명 문턱을 넘길 수 있다는 추정까지 나오지만 협상의 돌파구는 요원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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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영토 포기 없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 4주년을 맞은 24일(현지시간)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4년 동안 우크라이나를 꺾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영토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동맹국들과 함께 완전한 주권을 회복할 때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원하는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영토를 협상 카드로 삼지 않겠다는 뜻과 항전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반면 러시아는 전쟁 장기화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돌리며 확전 논리를 정당화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같은 날 서방의 무기 지원 등 개입을 언급한 뒤 “적들이 러시아의 패배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고 있다”며 “그들은 자신을 극단으로 몰아붙인 다음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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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영·프, 우크라에 ‘핵무기 이전”
영국과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이전하려고 한다는 러시아 대외정보국(SVR)의 발표도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로서는 적이 다른 수단을 쓰기를 선호하고 있지만 그들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상황이 어떻게 끝날지 아마 스스로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서방의 직접 개입으로 이 분쟁이 사실상 러시아와 서방 간의 더 큰 대결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제기한 핵무기 이전설을 놓고 영국, 프랑스, 우크라이나 모두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실제 핵확산금지조약(NPT) 때문에 비핵 국가에 대한 핵보유국의 핵무기 이전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 전쟁 4주년에 맞춰 러시아가 이런 주장을 내놓은 건 국제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어 종전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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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이 바꾼 전장…돌파전보다 상호 소모전 굳어져
전장은 더욱 장기 소모전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분석을 인용해 “드론 관련 피해 비중이 2022년 10% 미만에서 지난해 최대 80% 수준까지 커졌다”고 짚었다. 특히 약 1200㎞에 걸친 전선에 드론을 활용한 감시와 정밀타격 구조가 촘촘해지면서 대규모 돌파전보다 소모전 성격이 한층 짙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양측이 치러야 하는 전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양측 전사자가 올해 50만명을 넘어설 수 있다”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러시아군 전사자만 32만5000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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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커질수록 못 멈춰…조기 종전 가능성 낮아
경제적 타격도 심각하다. NYT는 “러시아가 전체 연방 예산의 약 40%를 군사 및 안보에 투입하고 있다”며 “추가로 9%를 전쟁 재원 조달과 관련한 부채 이자로 지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용이 커질수록 중도 포기가 어려워지는 역설적 상황에 처했다는 시각도 있다. 전쟁 주도권을 잡아 종전 협상에서 소모전 비용을 상대에게 얼마나 더 크게 떠넘길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됐다는 의미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러시아가 경제 둔화와 병력 압박 속에서도 2026년 내내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역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단기간 내 종전 가능성을 낮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