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자진신고 감면제도가 허술하게 운영돼 과징금이 과도하게 감면됐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또 상조업체 소비자 피해 보상금 수십억원이 지급되지 않았는데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적절히 감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25일 ‘공정거래위원회 정기감사’ 보고서를 발표하고 “공정위의 자진신고 감면 제도 운영이 불합리하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3년간 부당 공동행위 144건에 총 1조300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 가운데 98건에는 자진신고 감면 제도가 적용돼 2583억원이 감면됐다.
자진신고 감면 제도는 담합 사실을 먼저 신고한 1·2순위 업체에 대해 각각 고발을 면제하고, 과징금을 1순위는 전액, 2순위는 50% 감경해주는 제도다. 실질적 지배관계가 인정되는 계열사 등은 후순위 신청이더라도 1·2순위와 공동 감면을 받을 수 있다.
감사원은 반복 위반 사업자에 대한 공동 감면 배제 규정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시행령은 기업집단의 공동 감면 여부를 실질적 지배관계에 있는 사업자 전체 기준으로 판단하고, 일정 기간 내 반복 위반 시 감면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실질적 지배관계가 있더라도 과징금 납부 실적이 있는 기존 업체만 감면 대상에서 배제해 왔다. 이로 인해 법인 분할이나 신설된 계열사가 납부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감면 대상에 포함되면서 2022년 기준 546억원의 과징금이 감면되는 등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감사원은 제보자의 신고 내용이 위원회 심의 과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았다. 신고포상금 제도에 따른 제보 내용이 위원회에 보고되지 않아, 위반 업체의 자진신고 감면 여부 결정에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2024년 기준 심사보고서 단계에서 산정된 과징금이 최종 부과액보다 1.9~2.8배 높은 사례가 86%에 달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의견 제출과 소명 절차를 반복해야 하는 등 부담이 가중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해 이동통신 3사가 판매장려금을 담합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2024년 4월 심사보고서 단계에서 3조4000억~5조5000억원을 산정·통보했으나 같은 해 6월 최종 의결에서는 964억원만 부과했다. 관련 매출액을 과다 추정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공정위가 과세정보 230건을 제공받고도 최근 2년간 실제 조사에 착수한 사례는 1건에 불과한 점,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자료를 허위 제출한 31건 중 29건에 단순 경고 조치만 한 점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공정위에 자진신고 감면 제도의 실효성 제고와 반복 위반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상조업체 보상금 관리·감독과 기업집단 지정 제재, 과징금 산정 등 전반에 걸쳐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정위는 상조업체(공제조합)와 은행 등이 받은 선수금의 50%에 해당하는 보전금 지급 의무를 관리·감독해야 한다. 은행은 별도의 청구 기한이 없지만, 공제조합은 폐업 등 지급 사유 발생 시점부터 3년 내 청구해야 한다는 기한이 있다.
그러나 공제조합이 계약 체결 시 소비자에게 이 같은 기한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고, 공정위도 별도 보호 조치를 마련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20년 이후 공제조합이 지급해야 할 피해보상금 66억원(1만6162명)이 청구 기한을 넘겨 미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기준으로 문제가 발생한 업체와 계약한 소비자 중 보상금을 받지 못한 인원은 3만8311명, 금액은 213억원에 달해 추가 피해 우려도 제기됐다. 다만 감사 종료 이후 공제조합이 재안내를 실시해 지난해 말 기준 약 8800명이 추가로 보상금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또 공정위의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 자료 허위 제출에 대한 제재가 대부분 경고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허위 자료 제출 31건 중 29건이 단순 경고였고, 고발은 2건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11개 기업집단에서 위반이 반복되는 등 제재 실효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과징금 산정 과정의 문제도 드러났다. 2024년 심사보고서 기준 과징금과 최종 부과액을 비교한 결과, 87건 중 75건에서 심사보고서 금액이 최종 부과액보다 1.9~2.8배 높았다. 기업이 소명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동통신 3사의 번호이동 장려금 담합 사건에서는 2024년 심사보고서 단계에서 3조4000억~5조5000억원의 과징금을 산정했으나, 최종 의결에서는 964억원만 부과됐다. 관련 매출액을 과다 추정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공정위가 국세청으로부터 사익편취 제재 관련 과세정보 230건을 제공받고도 최근 2년간 실제 조사에 착수한 사례는 1건에 불과한 점, 자진신고 감면제도에서 법인 분할·신설을 통해 반복 위반 기업이 감면을 받는 허점이 존재하는 점 등도 지적됐다.
감사원은 공정위에 상조 소비자 보호 강화와 제재 실효성 확보, 과징금 산정의 정확성 제고 등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