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6000선 고지에 오르며 전례없는 ‘불장’을 연출하고 있다. 주요 증권사 센터장들은 지수의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중앙일보가 25일 국내 주요 증권사(KB·NH투자·미래에셋·신영·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인터뷰한 결과 KB증권(5000→7500), NH투자증권(5500→7300), 한국투자증권(4600→7250) 등은 코스피 밴드 상단을 7000대로 높였다. 5명의 센터장들은 ▶세계적인 유동성 증가 ▶인공지능(AI) 열풍의 중심에 있는 한국 반도체의 실적 개선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 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점차 해소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현 상황을 “기업 이익과 멀티플(이익 대비 주가)이 동반 상승하는 이례적인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 업종의 순이익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그동안 저평가돼 있던 주가가 재평가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됐다는 것이다. 그는 “연말 전망 당시 올해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을 290조원으로 봤는데, 현재 367조원으로 상향 조정됐고, 앞으로 더 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 이익에 비해 멀티플은 여전히 크게 오르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미국에서 비(非)미국으로의 자금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최근 6개월간 미국 주식시장에서 100조원 이상의 자금이 빠졌는데 이 중 3분의 1가량이 신흥시장으로 유입됐고, 가장 큰 비중이 한국 시장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금 이동이 계속된다면 그동안 가장 저평가된 한국 시장이 먼저 선택될 수밖에 없고 주가는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반기까지는 상승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주가가 영원히 오를 수는 없는 만큼, 어느 시점엔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신중론도 함께 제기됐다. 가장 큰 변수로는 미국 금리가 꼽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저금리가 현재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해왔는데, 금리가 올라가는 방향으로 전환되면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고 그 여파가 글로벌 시장으로 전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AI 관련 투자가 실제 수요보다 커 언젠간 투자가 꺾일 것이라는 ‘AI 거품론’도 부담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주가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끈 주요인은 반도체 이익 급증인데 반도체 쏠림이 과도한 점 역시 부담”이라며 “차후 실적 둔화 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하반기에는 시장이 횡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김동원 본부장은 “AI 빅테크 기업의 설비 투자가 축소되는 시점에 경기 사이클 둔화도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향후 투자 전략의 중심에는 여전히 반도체가 자리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부문 대표는 “반도체는 이익 증가 속도를 주가가 여전히 못 따라가고 있는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업종은 이익 증가분보다 주가가 더 많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적으로 조선업은 모멘텀은 떨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력기기·원전·증권업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수홍 본부장은 “금융·증권 등 거버넌스 관련 지주사나 AI 수혜가 재조명되는 기업들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오는 6월 실시될 지방 선거가 단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초부터 투자자들 사이에선 ‘선거를 의식한 정부가 어떻게든 증시 부양책을 쓸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있었다. 고태훈 애셋플러스자산운용ETF본부장은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호재가 곧 종료될 거라는 부정적 심리가 고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