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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추미애 반발에 정청래 "미안"…법왜곡죄 상정 막판 수정

중앙일보

2026.02.25 01:36 2026.02.2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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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5일 또 법안을 본회의 상정 직전에 수정했다. 이번에는 발의 때부터 위헌 논란에 휩싸였던 ‘법왜곡죄’(형법 개정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24일 본회의에서 강행처리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도 상정 30분 전에 위헌성을 제거하는 수정 작업을 해 졸속 입법 논란을 불렀었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뒤 브리핑에서 “’법 왜곡죄’를 형사 사건에 한해 적용하고, 각 호에 명확성을 추가해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수정했다”며 “당론으로 추인·채택했다”고 밝혔다. 비공개 의원총회엔 민주당 의원 162명 중 124명이 참석했고, 이 중 77명이 찬성해 수정안이 당론이 됐다.

법왜곡죄(형법 123조의2)는 형사사건의 당사자를 해할 의도로 법령을 왜곡 해석하거나 증거를 위·변조하는 검사나 판사 등을 처벌하기 위해 민주당이 신설을 추진해 온 죄목이다. 그러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이 일방 처리한 법안을 의원총회를 통해 수정하는 일이 벌어졌다.
박경민 기자

원안은 이 죄목의 적용 대상을 ‘사건’이라고 했지만 수정안 ‘형사사건’으로 제한했다. 법왜곡죄 성립 요건을 나열한 1~3항 중 1항과 3항도 대폭 수정됐다. 1항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는 경우’엔 “합리적 범위 내 재량적 판단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추가하고, 범죄 사실을 자의적으로 인정하는 경우를 처벌하는 3항에선 ‘논리·경험칙에 현저히 반하여 사실을 인정한 경우’를 삭제해 범죄 성립 범위를 좁혔다. 2항 ‘증거의 위조·변조를 알면서도 재판·수사에 사용한 경우’만 원안대로 유지됐다.


그간 사법부와 학계에선 법왜곡죄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법사위가 처리한 원안에 대해선 민주당 내에서도 “조문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자의적으로 적용될 우려가 있다”는 위헌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러나 추미애 위원장과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 등 법사위 강경파들은 원안을 고집했다. 여권 관계자는 “법사위 과정에서도 법무부가 당 정책위원회를 통해 처벌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과 대안을 제시해 왔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며 “본회의 전 수정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국회(임시회) 8차 본회의에서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이 이른바 '법왜곡죄' 형법일부개정법률안(대안) 수정안에 대해 제안설명하고 있다. 뉴스1
강경파들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수정에 강력히 반발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법왜곡죄가 통과하면 법원이 스스로 자정작용을 할 것”이라며 원안 유지를 주장했다. 추 위원장은 2021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행정소송을 제기했던 일까지 거론하며 “형사재판에만 한정하는 것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법사위 간사 김용민 의원도 “법사위 의결을 존중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법조인 출신인 박범계ㆍ백혜련ㆍ김남희 의원 등이 목소리를 내며 사태가 진정됐다. 검사 출신인 백 의원은 “판단 기준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지적했고, 판사 출신 박범계 의원도 “(법 왜곡죄) 3항인 ‘논리와 경험칙’ 부분은 법 적용에 논거가 빈약하다”고 했다. 변호사인 김남희 의원도 “우리에게는 3심제가 있다. 법 왜곡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더 필요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수정안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정청래 대표가 나서 “나도 법사위원장을 해봤지만, 갑자기 조정하는 일도 있다”며 “물리적 한계가 있어서 난상 토론이 어려워 미안하다”고 수습했다. 그러면서 “의견 일치가 안 되면 당론으로 하는 게 좋다”며 의결 절차를 밟았다.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우원식 국회의장은 긴급히 수정한 이 법안을 이날 오후 4시38분 본회의에 상정했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김용민 의원은 법안 상정 후에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와 “법사위와 사전에 전혀 조율하지 않고, 느닷없이 수정안이 결정됐으니 당론으로 결정해 따르라는데, 이건 잘못된 방식”이라며 반발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정하는 날 수정한다는 거 자체가 그동안 숙의 없는 부실 입법이라는 방증”이라며 “긴급히 수정했다고 해서 사법 체계를 흔드는 독소 조항들이 제거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소영.이찬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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