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대구·경북(TK) 행정 통합 특별법안 처리에 대한 당의 입장을 26일 오전 전체 TK 국회의원의 투표로 정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TK 통합법 처리를 보류시킨 뒤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커지자 궁여지책을 택한 것이다. 투표는 무기명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25일 이 같은 결정을 한 건 TK 통합법을 둘러싼 볼썽사나운 집안 싸움이 공개적으로 표출됐기 때문이다. 전날 법사위에서 법안을 보류하며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반대 때문”이라고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렸다. 그러자 주호영(대구 수성갑·6선) 의원과 권영진(대구 달서병·재선) 의원이 전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원내지도부의 책임을 지적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송언석(경북 김천·3선) 원내대표가 발끈해 “반대한 적은 없다”며 반박하다 홧김에 사퇴까지 표명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6·3 지방선거 일정을 고려하면 법안 처리 시한이 임박했다는 초조함도 더해졌다. 2월 임시 국회는 다음날 3일에 끝난다. “이번 회기에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지방선거는 통합 없이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TK 지역 의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육지책으로 TK 의원 투표가 결정되자 국민의힘에선 “추미애 위원장의 이간계에 당했다”(신동욱 의원, 매일신문 유튜브)는 분석도 나왔다. 강승규 의원은 25일 YTN 라디오에서 “정부·여당이 (국민의힘) 갈라치기를 위해 TK 통합법을 활용한 것”이라고 했다. 원내 관계자는 “민주당 이간질에 더는 당하지 않기 위해 투표를 해서 당의 입장을 최종 정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결과는 어떻게 될까. 표면적으로는 ‘지방선거 전 통합법 통과’ 찬성이 우세하다. 대구 의원 12명은 전날 “통합법은 정치적 계산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법사위 재논의와 본회의 상정을 촉구했다. 중앙일보가 이날 경북 의원 13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찬성 6명, 반대 7명이었다. TK 국민의힘 의원 25명 중 18명이 찬성인 셈이다. 다만,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투표 결과를 속단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찬성파는 “지금이 아니면 정권 교체 전 통합은 물 건너간다”는 입장이다. TK 통합은 2020년부터 추진돼 왔고, 2022년 지방선거 때 당선된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도 통합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당초 통합법안에도 경북 북부가 지역구인 김형동·박형수·임종득 의원을 제외한 TK 22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협력 없이는 법안 통과가 불가능한 상황을 고려하면 법안이 불만족스럽더라도 광주·전남이 통합할 때 TK도 통합해야 한다는 게 찬성파의 주장이다.
대구시장에 도전하는 유영하(대구 달서갑·초선) 의원은 25일 “이번에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우린 여기서 멈추어 설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대구를 찾아 “통합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선거 전 통합에 반대하는 경북 의원들은 “현재 법안으로는 재정 지원이나 권한 이양이 충분치 않고 소외된 지역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통합 반대 의원은 “경북도청이 경북 안동·예천으로 10년 전 이전해서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통합되면 중심축이 대구 등 동남부권으로 내려갈 것”이라며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은 더욱 침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전날 “통합이 주민들의 충분한 동의 없이 졸속 추진되면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중·장기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지역 간 갈등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여기다 찬성파 이철우 지사와 경북지사 후보를 놓고 경쟁 중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지선 전 통합 반대에 힘을 실었다. 최 전 부총리는 “TK 정치권 일각에서 ‘엉터리 통합법’을 어떻게든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뒤집어보겠다며 마지막까지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통합을 주도한) 이철우 지사는 500만 시·도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불출마를 요구했다. 김 최고위원도 “행정 통합은 민의를 충분히 반영해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