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니드햄 미국 국무부 고문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가 최근 풀려난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와 지난 24일 비공개로 면담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J.D. 밴스 미 부통령이 지난달 방미한 김민석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손 목사의 구속에 대해 우려를 표한 데 이어, 한국을 찾은 미 국무부 핵심 인사들도 손 목사를 직접 만난 것이다.
니드햄 고문과 줄리 터너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 부차관보 대행은 한국을 방문 중이던 지난 24일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미 대사관저(하비브하우스)에서 손 목사와 오찬을 가졌다. 손 목사에 따르면 이번 만남은 미국 대사관의 사전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국무부 방한단 실무 인사들은 오찬에 앞서 진행한 약 2시간가량 별도 면담에서 손 목사의 구치소 생활과 수감 환경 등을 구체적으로 조사했다.
손 목사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미국 측은 한국의 종교 자유와 교회 내 발언으로 구속되는 사태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명했다”며 “구치소 생활뿐만 아니라 저희가 아직 인가를 받지 못한 대안 학교 등록 문제 등을 놓고도 이야기가 오갔다”고 밝혔다. 손 목사는 오찬에서 밴스 부통령이 김 총리를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언급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이에 대해 니드햄 고문은 “밴스 부통령과는 백악관에서 거의 매일, 혹은 이틀에 한 번씩 만나 이야기하는 사이”라며 “오늘 나눈 이야기도 밴스 부통령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측근으로 사실상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니드햄 고문은 이런 내용을 루비오 장관과도 충분히 공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손 목사는 개신교계 단체 ‘세이브코리아’를 이끌며 전국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인물이다. 지난 대선과 부산 교육감 재선거 당시 기도회 등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등 불법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지난해 9월 구속기소됐다. 이후 지난달 30일 부산지법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약 5개월 만에 풀려났다.
문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종교 탄압’ 의혹을 고리로 한국 정부를 거듭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 간 공동팩트시트 후속 이행 관련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한국 정부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빌미이자, 향후 관세 등 통상 현안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백악관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데 대해 “한국의 사법 사안”이라면서도 “한국에서 정치적 동기에 의한 공격, 특히 종교계 인사나 미국 기업을 겨냥한 사례에 관한 보도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의 선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종교 문제를 또 도마 위에 올린 것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5일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 직전 자신의 트루스 소셜 계정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며 당시 조은석 특검팀의 여의도순복음교회 압수수색 문제를 겨냥하기도 했다.
이런 미국 움직임에 대해 청와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쿠팡, 디지털 무역장벽, 온라인플랫폼법, 손현보 목사 등 미국 정부가 동시에 다루는 현안이 있다. 여러 소재가 (한·미 간 안보 사안인) 핵추진잠수함, 농축·재처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 국무부 인사들과 손 목사의 만남에 대해 외교부는 “미 국무부는 연례 인권보고서, 인신매매 보고서, 국제 종교 자유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다양한 관계자들과 소통해 오고 있으며, 이번 방한도 그러한 소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미 국무부가 매년 5~6월경 의회에 제출하는 국제 종교 자유 보고서에 트럼프 2기 지도층의 문제의식이 반영된 한국 사례가 담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