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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26.02.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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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새 시즌 각오를 밝힌 K리그1 팀들. 황선홍 대전 감독(위 사진)이 우승 도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가운데 강원, 안양, 전북, 제주, 인천, 서울(아래 사진) 등도 저마다의 핵심 키워드를 공개했다. [연합뉴스]
“모든 팀의 표적이 된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하지만 모두가 우리를 우승 후보로 꼽는다면, 예상대로 우승하겠다.” 프로축구 K리그1 대전하나시티즌의 황선홍 감독이 새 시즌을 앞두고 우승 야심을 드러냈다. 이건 평소의 그답지 않다. 벼랑 끝에 선, 독한 마음이다.

프로축구연맹은 25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2026 K리그1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대전은 ‘공공의 적’이었다. 12개 팀 사령탑 중 6명이 대전을 우승 후보로 지목했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는 3표에 그쳤다. 예전의 황 감독이라면 “다른 팀도 강하다”거나 “우리 팀도 약점이 있다”고 한발 뒤로 물러났겠지만, 이번에는 “예상대로 우승하겠다”고 맞받아쳤다.

강원
안양
전북
황 감독은 지난 시즌 대전을 K리그1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대전 사상 최고의 순위(종전 6위), 2002년 이후 24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성과를 남겼지만 그는 “만족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선수’로는 최고의 스타였지만, ‘감독’ 황선홍은 천국과 지옥을 모두 경험해보았다. 앞서 포항 스틸러스 지휘봉을 잡고 K리그1 우승(2013년), FA컵 2연패(2012·13년) 등 네 차례 우승을 경험했다. ‘황선대원군’이라 불렸던 때다. 이후 23세 이하(U-23) 대표팀 사령탑으로도 2023년 10월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일궈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4월 지도자 생활 중 가장 뼈아픈 실패를 맛보았다. U-23 대표팀을 이끌고 파리올림픽 아시아 예선에 나섰다가 8강에서 탈락했다. 3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놓쳤다. 지난 1984년 LA 대회 이후 40년간 이어온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라는 역사는 그의 이름 앞에서 끝났다. 이때 축구계에서는 ‘황선홍의 지도자 인생은 끝났다’는 평가가 중론이었다.

제주
인천
서울
이때 황 감독에게 재기의 기회를 준 팀이 대전이다. 2024년 6월 강등권(11위)까지 내려간 대전의 지휘봉을 잡은 뒤 최종 8위로 1부 잔류를 이끈 데 이어 두 시즌 연속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명예를 회복하고 팀에 보답하는 길은 우승 뿐이다. 그가 준우승에도 웃지 않는 배경이다. 오히려 준우승이기에 더 쓰라렸다. 대전은 지난 시즌 중반까지 선두를 달리며 우승을 꿈꿨지만, 후반기 들어 거스 포옛(우루과이) 전 감독이 이끈 전북에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올 시즌은 황 감독이 정상에 오를 절호의 기회다. 다른 팀 감독들은 이번 시즌 대전을 두고 “구단이 황 감독이 원하는 걸 다 해줬다”고 부러워한다. 대전은 울산 HD에서 특급 윙어 엄원상과 스웨덴 공격수 루빅손을 영입했다. 여기에 골잡이 디오고, 중앙 빅토르(이상 브라질)까지 보강했다. 지난 시즌 14골(득점 4위)을 터뜨린 기존 스트라이커 주민규도 건재하다. 리그 최강 공격 라인이다. 강원FC 정경호 감독은 “대전이 굉장히 큰 투자를 했다. 우승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대전이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던 전북을 잡고 싶다. 일단 개막전(FC안양전)을 잘 치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승한다면 대전의 상징색인 녹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도 했다.

2026시즌 K리그1은 28일 오후 2시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리는 인천과 서울의 라이벌전으로 대장정을 시작한다. 12개 팀은 33라운드에 걸쳐 풀리그를 펼친다.





피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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