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홀릭’이던 강모(40)씨는 결혼 2년 차인 지난해 첫 아이를 출산하고 현재 육아휴직 중이다. 강씨는 “일을 잠시 내려놓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결혼한다면 아이는 낳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며 “주변에 30대 후반 산모가 많다 보니 ‘노산’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또 남편이 육아휴직을 3년까지 쓸 수 있다는 점도 ‘출산할 결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결혼·출산이 늘면서 지난해 출생아 수 증가 폭이 15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도 4년 만에 0.8명대를 회복했다. 늘어난 혼인 건수를 고려하면 올해도 출산율 반등에 청신호가 켜졌다.
25일 국가데이터처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5만4500명으로 전년 대비 1만6100명 늘었다. 증가 규모는 2010년(2만5000명) 이후 최대다. 증가율(6.8%)로 따지면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월별 출생아 수도 18개월 연속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2만3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747명(9.6%) 늘었다. 같은 달 기준으로 2019년(2만1228명)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다. 분기 기준으로도 7분기째 증가 흐름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명으로 전년보다 0.05명 증가했다. 2021년(0.81명)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2016년부터 8년간 감소하다 2024년 반등한 이후 2년 연속 늘었다.
결혼·출산 시기가 늦어지고 있긴 하지만, 고령 산모가 늘면서 출산율을 견인하고 있다. 모(母)의 평균 출산 연령은 33.8세로 전년 대비 0.2세 상승했다. 20대 후반 이상 연령층의 출산이 모두 늘었다. 특히 고령 산모(35세 이상) 출생아 비중은 37.3%로 전년보다 1.4%포인트 증가했는데 이 비중도 역대 최대다. 지난해 태어난 아이 10명 중 3명 넘게 엄마가 35세 이상이라는 의미다.
최근 출생아 증가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결혼 건수가 늘고, 주출산 연령대인 30대 초반 인구가 증가한 영향이 크다. 출산의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 혼인 건수는 지난해 24만여 건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2023년 1%, 2024년 14.8%에 이어 3년 연속 늘었다. 월별 기준으로도 혼인 건수는 2024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1개월 연속 증가했다.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번진 것도 주된 이유 중 하나다. 데이터처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할 경우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응답이 2024년 68.4%로 2년 전보다 3.1%포인트 증가했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한 비중도 37.2%로 2년 전보다 2.5%포인트 늘었다. 2012년(22.4%) 이후 계속 오르는 추세다.
전망도 나쁘지 않다. 합계출산율 정책 목표인 2030년 1명 달성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현정 데이터처 인구동향과장은 “합계출산율을 2026년 0.8명, 2031년 1.03명으로 본 고위 추계 시나리오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출산율은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평균 합계출산율은 1.43명으로, 0명대는 한국이 유일하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어렵게 만들어진 출산율 반등 모멘텀을 이어가려면 일·가정 양립 지원 등 저출생 대책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사회적 이동성 확대, 수도권 집중 완화 등 구조개혁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