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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의 민심풍향계] “합치면 뭐가 좋은데”…선거 앞둔 정치공학적 통합의 좌초

중앙일보

2026.02.25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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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 논설위원
'스윙 보터' 대전·충남 민심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광주·전남 통합 특별법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반면 대전·충남,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은 보류됐다.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통합 자치단체의 새로운 장을 뽑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대전광역시와 충청남도의 통합 의제를 꺼낸 이후 달아오르던 통합이 좌초 위기에 빠진 것이다. 이 대통령도 “일방 강행할 수 없다”고 해 사실상 6월 지방선거 전 특별법 처리는 어려워졌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을 육성해 균형 발전을 이루자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대전·충남 통합안이 지금과 같은 처지가 된 것은 예고돼 있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지난 21~22일 대전과 충남도청이 있는 내포신도시를 찾아 주민들을 만났다. 왜 통합을 해야 하는지, 그렇게 하면 뭐가 좋아지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는 이들이 다수였다. 지방에 사는 주민들의 의견이나 실상에 대한 면밀한 고찰 없이 대통령과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꺼내 든 정치공학적 제안에 대한 당연한 결말로 보였다.

“20조 준다면 끝나는 건가”
정부대전청사 주변에 통합에 찬성하는 더불어민주당과 반대하는 국민의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성탁 기자
지난 21일 고속버스를 타고 대전복합터미널에 내렸다. 기온이 영상 15도에 달해 패딩 차림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대전·충남 통합 문제는 지역에서 갈등 사안이 돼 있었다. 서구 둔산동 정부대전청사 사거리에 ‘대전충남통합을 통해 경제·과학·국방, 국가중심도시로 가자’는 민주당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바로 옆에는 “주민 통합이 먼저”라는 국민의힘 대전시당의 현수막이 보였다. 대전 시민들은 진영을 떠나 통합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반응을 보였다.

청사 인근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던 권영훈(53)씨는 “통합을 추진한다지만 대전은 별로 좋을 게 없을 것 같다”고 시큰둥해했다. 함께 있던 부인 이모(50)씨는 “통합이 되면 충남대전특별시가 되는데, 보통 길게 안 쓰니 아파트 주소가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 ‘충남 서구 둔산동’으로 불릴 거라더라”면서 “특례시가 되는 천안만 좋아질 뿐이라며 부녀회에서도 반대하자고 한다”고 전했다.

택시기사 배봉한(71)씨는 구체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보수 정당을 지지한다는 그는 김태흠 충남지사 등이 유튜브 등에서 반대 논리로 든 내용을 상세히 알고 있는 듯했다. “충분히 의견 수렴도 안하고 밀어붙이기식이잖아요. 5년간 20조원을 준다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라 서울에 준하는 권리를 준다고 했으면 세수 조정을 통해 지방세를 쓸 수 있게 해줘야죠. 그런데 구체적인 것은 없이 정부가 말로만 해요. 대전시장과 충남지사가 반대하면 주민 찬반 투표라도 해야지, 대통령이 한마디 했다고 무조건 따라가나요?”

22일 대전에서 차로 한 시간가량 떨어진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를 찾았다. 충남도청과 충남경찰청 등 공공기관이 줄줄이 들어서 있었다. 멋진 외관을 자랑하는 신축 청사 주변으로 대규모 신축 아파트 단지들이 보였다. 도청 앞 도로변에는 ‘충남이 핫바지냐? 빈껍데기 대전·충남 강제합병 반대’ 등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여럿 걸려 있었다.

충남 내포신도시 상가에 임대 표지가 붙어있다. 뒤로 충남도청이 보인다. 김성탁 기자
도청 이전과 함께 생겨난 신도시의 모습은 행정통합을 한다고 곧바로 해결되기 어려운 지방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했다. 주말인데도 내포신도시 중심 상가 지역은 시민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질 뿐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상가 곳곳에 ‘임대’ 문구가 걸려있었다. 4~5층짜리 건물 중에는 층 전체가 비어있는 경우도 보였다.

“통합은 글쎄, 돼서 뭐가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겠고. 정치하는 사람들만 위에서 얘기하는 거지. 여기가 신도시여서 아파트는 무지하게 많이 짓는데 일자리가 있어야지. 공단이 주변에 있는데 작으니까…. 아파트 분양이 안 돼 비어있는 데도 있고. 여기 봐요, 상가 같은데 빈 데가 많잖아요. 일자리가 있어야 인구가 유입되고 그래야 종합병원이나 학교도 들어올 텐데….” 내포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최모(62)씨는 교통 등 인프라가 깔리면 일자리가 있는 도시로의 쏠림만 많아질 수 있다고 했다.

천안에서 등산하러 내포에 왔다는 이모(36)씨는 “행정 구역이 지형 등을 고려해 만들어진 것인데 대전과 충남을 묶으면 갈등이 심해질 것 같다”며 “천안과 아산도 통합 논의가 있는데 지역 간 갈등으로 안 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읍면 지역에 산업이 없는데 예산을 주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을 품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훈식 출마설에 야당 반대 심해져
대전·충남의 반발은 지방의 규모만 키운다고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주민들의 인식을 반영한다. 인구 400만 명에 육박했던 부산이 광역시 최초로 인구소멸위험 지역에 포함됐다. 중앙 정부가 세수를 국세로 흡수한 뒤 지방의 인프라와 산업 육성에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는 중앙집권적 행정을 바꿔야 한다는 지자체의 요청을 흘려들어선 해법을 찾기 어렵다. 행정통합을 해봤자 인구가 집중돼 있고 일자리가 있는 대전과 천안, 아산 같은 지역만 더 잘나가고 낙후 지역은 수혜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복잡한 사안이 대통령의 제안으로 갑자기 시동이 걸리자 이전에 반대하던 여당 의원들이 찬성으로 갑자기 선회했다. 반면 먼저 통합하자고 의견을 모았던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은 반대에 나섰다. 동시에 통합 논의 대신 여당에서 누가 출마하고 야당에선 누가 수성할 수 있을지에 더 큰 관심이 쏠렸다.

"지방선거 전 통합" 너무 급했던 이 대통령 제안
세수 조정 등 구체 방안 없고 주민 의견 수렴 부족
강훈식 비서실장 차출설 돌며 승패가 정치권 관심
민주 강세 속 야당 단체장 수성이냐 여당 탈환이냐
대전·충남 통합시장을 뽑게 될 경우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 투입설이 여야 지역 정치권의 화두가 됐었다. 설을 맞아 실시된 여론조사에도 통합 시장으로 누가 적합한지 묻는 문항이 포함됐다. 강 실장이 선두를 달리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는데, 통합이 선거의 당락과 맞물리는 순간 야당 소속인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의 반대가 강해질 것임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민주당 전·현직 정치인 다수가 탈환전을 위해 출사표를 던지는 상황이다.

“내란당은 이번에 어려울 것”
충정 지역은 대선 등에서 ‘스윙보터’로 꼽혀왔다. 영·호남과 달리 특정 정당을 무조건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지 않는다. 20대 대선 때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0.73%포인트 차로 승리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충청에서 50%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2024년 총선에서는 대전 7개 선거구 모두에서 민주당 후보가 이겼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민주당 우세가 뚜렷하다. KBS가 지난 10~12일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대전 시민 800명을 조사한 데 따르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57%로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33%)보다 훨씬 높았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평가에서도 긍정적이라는 답변(66%)이 부정적이라는 응답(28%)의 두배 이상이었다. 충남까지 포함해 1607명을 상대로 한 조사 역시 정당별 지지도가 민주당 49%, 국민의힘 26%였다.
박경민 기자.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대전복합터미널 광장에서 만난 김석만(64·대덕구)씨는 “이번 선거에는 국민의힘에서 누가 나오든지 어려울 것"이라며 "국민들이 내란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특히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절윤’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비판했다. “그 사람도 충청도 출신이던데 요즘 하는 것을 보니 완전히 아니더라고요. 그래 가지고 선거가 되겠어요? 계엄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어. 어차피 선거 끝나고 나면 대표 자리도 나와야겠지.”

중앙시장 먹자거리에서 순대국을 먹던 최흥식(52·동구)씨는 이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을 높이 평가했다. “대전도 전체 집 수만 보면 1가구 1주택이 넘었어요. 그런데 집 없는 사람이 얼마나 많아요. 집값이 올랐다고 해도 서울 강남에 가서 전세나 들어가겄어유. 이번에 강력하게 해서 토대를 마련해야 돈 있는 사람들이 경제에 도움되는 쪽으로 향하도록 흐름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수 성향 주민 "배신자 빼고 뭉쳐야"
하지만 보수 성향이 뚜렷한 이들 중에는 장 대표의 노선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충남 보령이 고향으로 장 대표의 중학교 6년 선배라고 밝힌 임일빈(64·동구)씨는 “선거는 그때마다 국민이 판단하기 때문에 생각과 가치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정치를 이끌어가는 게 중요하다”며 “중도층은 이익에 따라 왔다 갔다 하니 맞춰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당원이라고 밝힌 그는 당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서도 “같은 당에서 나온 대통령을 배신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배신자들이 없었다면 윤 전 대통령이 탄핵될 일도 없었다”고 했다.

주말 인파가 몰린 중앙로에서 만난 회사원 김모(36·서구)씨도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던 것에 대해 무조건 잘못했다고 생각은 안 한다”며 “누구를 찍을지 정하지 않았지만,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결과가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김성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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