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면서 일시적으로나마 집 두 채를 가지게 되는 일은 흔하다. A씨는 서민 가정에서 태어나 열심히 노력한 끝에 먹고 살 걱정 없는 정도의 부를 이루었다. 가난했던 그의 부모는 악착같이 돈을 벌어 자식들 뒷바라지를 했고, 막상 당신들은 노년이 되어서도 전세를 사는 처지이다. 80 넘은 나이에 주거가 불안정한 부모님이 내내 마음에 걸렸던 A씨는 돌아가실 때까지 다시는 이사 다니지 않아도 되는 집 한 채를 마련해드리기로 결심했다. 부모님께 증여하면 증여세 내고 돌아가신 후에 상속세까지 이중으로 내게 될테니 본인 명의로 하고 부모님이 사시도록 해서 편안히 모셨다. 헌신적인 부모와 효심 깊은 자식의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이다. A씨는 시장을 교란해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투기꾼인가?
투기꾼 아닌 사람도 살다보면
집 두 채 갖게되는 경우 허다
투기꾼만 골라낼 데이터 있는데
활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B씨의 딸은 어려서부터 착실하더니 아직 젊은 나이에 경기도 외곽에 있는 남들 다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취직했다. 주변에서 부러움과 축하의 말을 들을 때는 좋았는데, 막상 출퇴근을 하려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서울에 있는 부모님 집에서 꼭두새벽에 일어나 통근버스들이 모이는 강남 모처로 가면 춥거나 덥거나 거기서 한참을 서서 기다리다가 통근버스를 타면 회사까지 한 시간 반이었다. 퇴근할 때도 반대 순서로 한 시간 반. 합쳐서 꼬박 세 시간을 매일같이 통근버스 안에서 지낸다. 40명쯤 타는 통근버스 안에는 감기 걸린 사람이 반드시 한두명은 섞여있게 마련이어서 B씨 딸은 1년 내내 감기를 달고 살더니 결국은 연례행사 마냥 1년에 한번씩 폐렴으로 입원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딸이 네 번째 입원하는 것을 본 B씨는 눈이 돌아갔다. 세금이고 뭐고 일단 내 딸부터 살리고 보자는 심정으로 그는 딸의 회사 근처에 작은 아파트 한 채를 마련했다. 처음엔 멋모르고 오피스텔을 구해줬는데, 한 달 살아보니 바로 옆집이 불법영업을 하는 업소라는 사실을 알고 기절초풍을 하고 그날로 거처를 옮겼다. 그렇게 그는 2주택자가 되었다. B씨는 서민과 젊은 세대에 피해를 주는 투기꾼인가?
C씨의 부모님은 최근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 연세 높은 분들 노환으로 떠나시는 것은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어서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졸지에 슬픔을 겪게 되었다. 부모님 사시던 집이 남았는데, C씨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동생과 함께 2인 공동명의로 이 집을 상속받았다. 이미 자기 집을 가지고 있었던 C씨는 2주택자가 되어서 엄청난 보유세나 종부세에 시달리기도 싫고 그로 인해 이런저런 공제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불이익 보는 것도 싫어서 얼른 그 집을 팔고 싶었다. 그러나 아직 자기 집이 없었던 동생 입장은 달랐다. 동생에게는 어차피 보유세도 얼마 안 나올거고 양도세도 C씨보다 훨씬 적을 거라서 어떻게든 이 집을 붙들고 ‘대박’을 기다리고 싶어했다. 잘못된 정책 한 번에 집값이 두 배씩 뛰는 걸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살았던 사람들 아닌가. 부모님 집의 2분의 1 지분을 쥐고 있다가 두 배로 뛰면 웬만한 지역에서 집 한 채를 거뜬히 사고 인생역전 할 거라고 기대하고 있으니 집을 팔자는 C씨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2인 공동명의에서 한 사람이 반대하면 집을 팔 수 없으니 C씨는 엄청난 보유세와 거래세를 감당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C씨는 정부로부터 겁박 당하고 징벌적인 세금을 내야 할 나쁜 사람인가?
이 세 가지 사례들은 모두 필자의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이다. 그 정도로 흔한 일이라는 얘기다. 평생 주차위반 한번 하지 않고 착하게 살았던 사람들조차 어느날 갑자기 투기꾼으로 몰리며 온갖 비난을 당하고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재산을 빼앗기게 된다. 이런 억울한 사람들을 구제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어차피 우리의 모든 부동산 거래는 국세청과 행안부 등 정부에서 시시콜콜 다 알고 있다. 누가 언제 누구한테서 어느 부동산을 얼마에 샀고 그 돈은 저축이 얼마고 대출이 얼마고, 거래자들은 가족이 몇이고 그 중에 동거인은 몇이고, 최근에 돌아가신 부모님께 상속받은 부동산이 있는지 없는지, 받았다면 공동명의인지, 이 사람은 그동안 주거지를 옮길 때에만 부동산 거래를 해온 사람인지 아니면 자기가 살지 않는 동네에 부동산을 이것저것 보유했던 이력이 있는지, 한번 보유하면 얼마나 오래 가지고 있었는지 아니면 자주 팔았는지 등 그들은 우리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인터넷 강국에서 시작해 이제 AI 강국을 지향한다는 이 나라에서 이 어마어마한 행정데이터를 활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AI에게 이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진짜 혼내주어야 할 악질적인 투기꾼을 골라달라고 하면 몇 초 만에 진짜 빌런들의 명단을 줄줄 토해낼 것이다. 그들을 골라 징벌하면 억울한 사람 없이 시장이 정상화되고 사회정의가 바로 설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집권세력의 정치적 전선은 어디에 그어져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