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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낙하산·찍어내기…정권마다 반복되는 공기업 수난

중앙일보

2026.02.2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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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중도 사임한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정부의 전방위 사퇴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며 “조직에 광풍이 몰아닥치는 어이없는 상황에서 그만두는 게 사장의 역할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공사의 정기 인사를 놓곤 대통령실과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 ‘새로운 사장이 오면 하라’ ‘3급 이하만 하라’는 등 20여 차례의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수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특정 감사가 동시에 4건이 진행되고 있다며 ‘표적 감사’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전신이었던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 3선 의원을 지낸 이 사장은 윤석열 정부 당시 사장에 임명됐다. 정부와 이 사장의 갈등은 이미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표면화했다. 이른바 ‘책갈피 외화 불법 반출’ 문제를 놓고 공개적으로 질타당한 이 사장은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통령과 설전을 벌였다.

정권 교체기마다 공공기관 사장 자리를 놓고 이런 볼썽사나운 갈등과 대립이 반복된다. 새로 들어선 정권은 전 정권의 ‘낙하산’ ‘알박기’라며 면박을 주고, 대상이 된 공기업 사장들은 ‘찍어내기’라고 반발한다. 진보 정권이든, 보수 정권이든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인천공항공사만 해도 이 사장의 전임들이 비슷한 행로를 밟았다. 전임 김경욱 사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임기를 10개월 남기고 사퇴했다. 최근 10여 년간은 임기를 제대로 채운 사장이 드물다.

대다수의 공기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풍에 흔들린다. 국가 기간시설이자 글로벌 허브 공항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천공항도 주기적으로 경영 불확실성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공기업 수장의 임기가 정권 변화에 따라 흔들리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정치 현실상 이것이 어렵다면 차라리 주요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맞추는 방안을 공론화해 논의하는 게 정도다. 또 인천공항에서 불거진 찍어내기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후임 사장에는 또 다른 낙하산 인사가 아닌 전문성 있는 경영인을 선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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