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과잉 입법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투표자유방해죄’ 조항 등이 선거관리위원회를 무소불위 권력으로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야당에선 나치의 비밀경찰 ‘게슈타포’로 만든다는 말까지 나왔다. 거대 여당이 숙의 절차를 무시한 채 독주하다 부실 입법의 함정에 빠진 상황이다.
문제의 조항은 선관위의 신뢰 훼손을 목적으로 국민투표 관련 허위사실을 지속해서 유포하면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계엄 사태를 촉발한 부정선거론 등 선관위 관련 가짜뉴스의 폐해를 차단하려는 게 입법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의지만 앞세우다 ‘디테일의 악마’가 곳곳에 방치됐다. “행정기관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한 전례가 없다”는 전문가 검토는 무시됐고, 제1 야당이 상임위 표결을 거부해도 법안은 통과됐다. 통신 관련 선거 범죄에는 영장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내용도 법안에 담겼다.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온 공직선거법 조항을 그대로 준용하면서 선관위 힘을 더 키워놨다. 선관위의 투표 관리가 엉망이라는 메시지만 보내도 무슨 험한 일을 당할지 모르는 법안이 만들어진 셈이다. 형량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 500만∼3000만원으로 정해졌는데, 이는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낙선 목적의 허위사실 공표죄의 징역형(7년 이하)보다 중하다.
부정선거론 등 허위 조작 정보를 퍼뜨리는 세력은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선관위에 과도한 권한을 주지 않고서도 기존 선거법 등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선관위의 신뢰는 무소불위의 힘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투표용지를 소쿠리에 담아 ‘소쿠리 투표’라는 오명을 쓰고, 가족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비리로 얼룩진 과거를 청산하는 게 먼저다.
이번 국민투표법 개정은 헌법 개정에 대비해 재외국민 투표 절차가 없는 헌법불합치 상태의 법을 보완하려는 게 본래 목적이었다. 중차대한 과제에 여당이 꼼수를 부리는 바람에 오히려 선관위의 신뢰를 끌어내리는 형국이다. 괜한 불신을 만드는 조항은 본회의 상정 전에 삭제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