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과 대전·충남의 행정통합 특별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보류된 가운데 이들 지역에서는 여야 갈등은 물론 지자체와 정치권이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앞서 24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법사위는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안만 통과시켰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대전·충남은 시민 찬성 여론이 높지 않고 대구시의회는 통합을 반대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의회는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졸속적인 대구·경북 행정통합 강행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경북도의회는 24일 성명을 내고 “500만 대구·경북 시·도민의 열망에 좌절을 안겨줬고 대구·경북의 목소리를 외면한 것으로 시·도민들에게 깊은 박탈감과 상실감을 안겨준 것”이라고 했다.
임시국회 회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막판 설득을 통해 특별법안 통과를 이뤄내야 한다는 의견도 강하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 법은 특정 정당의 법이 아니라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국가적 책무”라며 “지역의 생존 앞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쟁으로 멈출 시간이 없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설득하겠다”고 했다.
대전·충남 지역은 사실상 행정통합이 무산된 분위기다. 지방선거를 3개월여 앞두고 통합 무산에 따른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려는 듯한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25일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충남의 미래를 짓밟은 내란 잔당 국민의힘을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며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얄팍한 정치적 계산을 앞세워 지역의 명운이 걸린 특별법을 사장시켰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선 이 시장과 김 지사를 ‘이완용’에 비유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장종태(대전 서갑) 국회의원은 “이완용이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라면 이장우, 김태흠과 대전시의회, 충남도의회는 고향을 팔아먹은 매향노”라고 했다.
반면에 김 지사와 이 시장은 특별법안 보류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김 지사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행정통합은 속도가 아니라 내용(재정 및 권한 이양)이 중요한데 민주당이 주도하는 통합법안은 핵심이 모두 빠지고 선언적 문구만 남았다”고 했다. 이 시장은 “행정통합에 반대한 적이 없다. 다만 민주당이 발의한 엉터리 법안에 반대한 것”이라며 “통합에 반대하던 (민주당) 사람들이 대통령 기자회견 뒤 통합의 주도자인 것처럼 나선 것은 꼴불견”이라고 공격했다.